이탈리아인 4명 중 1명 "여성 옷차림이 성폭력 유발"
통계청 '성 역할' 여론조사…현지 언론 "충격적 결과"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여성 대상 성폭력을 바라보는 편견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이탈리아 통계청이 최근 시행한 '성 역할'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23.9%는 여성의 옷차림이 성폭력을 유발한다고 응답했다고 일간 라 레푸블리카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민 4명 가운데 1명꼴로 성폭력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한 셈이다.
또 39.3%는 여성이 진정 원하지 않으면 성관계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또는 약물·마약 등의 영향 아래 성폭력을 당했다면 해당 여성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응답 역시 15.1%에 달했다.
6.2%는 '진지한 여성은 성폭행을 당하지 않는다'는 다소 황당한 인식 수준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는 이탈리아인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남성 중심의 시각과 편견을 갖고 여성 대상 성폭력을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지 언론들은 하나같이 '충격적'(shock)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러한 조사 결과를 상세히 보도했다.
남성이 여성을 내려다보는 식의 가부장적인 시각도 노출됐다.
응답자의 17.7%는 남성이 부인 혹은 여자친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감시할 수 있다고 했고, 7.4%는 남자관계를 이유로 남성이 여성에 손찌검하는 일이 용인된다고 답했다.
이러한 답변율은 북부지역보다 경제적으로 낙후됐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남부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이탈리아인들의 '성 평등' 의식도 크게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직장에서 성공하는 게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중요하다'(32.5%), '남성은 자질구레한 집안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31.5%), '남성이 가정의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27.9%) 등의 항목에서 30% 안팎의 응답률을 보인 게 이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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