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남3구역 재개발 입찰 원점부터 다시 하라

입력 2019-11-26 16:54
[연합시론] 한남3구역 재개발 입찰 원점부터 다시 하라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전을 벌이며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 등 3개 대형건설사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들 건설사가 제안한 사업 조건들이 불법 혐의가 짙어 '입찰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용산구와 재개발사업조합에도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시공사 선정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다가 나중에 '입찰 무효' 판정이 나오면 사업추진도 늦어지고 조합원 부담도 늘어나 대혼란이 빚어질 테니 입찰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라는 경고적 성격이 짙다. 이들 3개사는 지난달 18일 마감한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 최종 참여했으며, 조합은 다음 달 18일 시공사를 선정한다고 한다.

수익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대형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수주전은 늘 과열 양상을 빚는다. 한남동 686번지 일대에 197개 동 5천800여가구를 짓는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공사 예정 가격 1조8천880억원으로 역대 재개발사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이다. 그러다 보니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주변 시세를 훨씬 웃도는 최저 분양가 보장, 사업비나 이주비의 무상지원, 혁신설계 등 불법 소지가 높거나 비현실적 조건들을 제시했다. 그중에는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시를 전제로 일반분양가를 3.3㎡당 7천200만원까지 보장해주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가구당 최저 5억원의 이주비를 주겠다거나 조합원 추가 분담금도 1년 후에 전액 납부하도록 하는 '당근'도 제시됐다. 재개발 때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임대아파트를 짓지 않겠다고 약속한 건설사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불법성 시장교란 행위가 일어나자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특별점검에 들어가 20여건의 불법 혐의를 적발했고,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은 시공사 선정 계약과 관련해 금품·향응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받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사업비와 이주비 무상지원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라서 불법이다. 분양가를 보증하겠다거나 임대주택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조건도 사실이라면 당연히 안 된다. 뻔히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 이런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이런 대형사업을 따내기만 하면 높은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조합원이나 일반분양을 받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집값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해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토부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입찰에 참여한 3개사에 대해 2년간 정비사업 입찰 자격을 제한하는 후속 제재도 취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건설사가 법원에서 최종 법적 판결을 받으면 그때부터 입찰 참가가 제한된다. 확정판결이 나기까지는 수년의 기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당장 건설사의 입찰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시공사 선정과정을 그대로 진행할지, 입찰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지는 시행자인 재개발조합의 몫이다. 다만, 지금까지 공개된 것만으로도 '입찰 무효' 사유가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만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옳다. 건설사들도 당장의 이익에 눈멀어 불법을 저지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17년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와 한신 4지구 재건축사업 수주전에서 빚어진 금품·향응 제공 등 꼴사나운 모습들을 재연해서는 안 된다. 당시 사회적 이슈가 되자 '클린 선언'까지 했던 건설사들이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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