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내달 아람코 IPO 앞두고 '왕세자 반대파' 9명 체포"

입력 2019-11-26 14:17
"사우디, 내달 아람코 IPO 앞두고 '왕세자 반대파' 9명 체포"

WSJ 소식통 인용…'아람의 봄' 때 입연 언론·지식·기업인

"민감한 시기 비판 차단…트럼프 카슈끄지 사태 묵인 후 강경화"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로 투자자 모색에 분주한 가운데 최근 일부 유명인사들을 체포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6일 이후 사우디 당국에 체포된 사람은 언론인, 지식인, 기업인을 포함해 최소 9명으로 알려졌다.



WSJ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반대파로 여겨지는 이들을 제외하려는 시도가 확산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10월 터키에서 살해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으로 사우디에 대한 투자심리가 손상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달 예정된 아람코의 IPO는 국제유가의 하락세, 화석연료에 대한 반감까지 겹쳐 계획한 대로 자금을 조달해낼지 불분명한 상황에 처했다.

특히 무함마드 왕세자는 석유에 의존하는 사우디 경제의 동력을 다변화하기 위한 종잣돈을 아람코의 지분을 팔아 마련할 계획인 만큼 이번 거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

WSJ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 경제를 재건하려는 민감한 시기에 체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 사안에 정통한 인물을 인용해 최근 체포된 사람들이 모두 2011년 중동 국가 정부를 잇달아 쓰러뜨린 민중봉기 '아랍의 봄'에 대한 지지를 거론했거나 관련 글을 썼던 것으로 정부가 파악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소식통과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사우디 인권단체 'Alqst'를 인용해 이 중에는 지식인 와아드 알무하야, 언론인 압둘마지드 알불루위가 포함됐다고 부연했다.

이들 2명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혁 조치에 동참했던 인물이다.

체포된 사람 중에는 정부 지원 문화 정책에 참여했던 저명 철학자 술라이만 알사이칸 알나세르도 들어있다.

신문은 "이번 체포는 정치적 행동이나 사우디 정부에 대한 공격적 비판으로 잘 알려진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며 "그러한 노력이 과거에 정부를 지지했던 이들에게까지 포함해 얼마나 확산했는가를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WSJ은 사우디 정부가 체포 사안과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은 올해 초에도 문화계 인물과 지식인을 포함해 약 16명을 체포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연구자인 애덤 쿠글은 이에 대해 "사우디 사회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제거하려는 활동과 모두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해선 지난해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의 편을 들었다.

인권단체들은 이 때문에 사우디 당국이 대담하게 더 많은 이들을 체포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월가 기업의 임원들은 지난달 리야드에서 열린 투자 콘퍼런스에 참가했지만 일부 최고 경영자들은 불참했다.

신문은 아람코 경영진이 최근 두바이와 아부다비에서 잠재적 투자자들을 만났다면서도 IPO는 주로 사우디 국내와 해당 지역 투자자들에게 의존할 것이라는 소식통의 전망을 소개했다.

최근 체포된 사람 중에는 기업인 푸아드 알파르한 외에도 전·현직 언론인이 포함됐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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