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선거혁명…범민주 진영 '싹쓸이'·친중파 '궤멸'(종합3보)

입력 2019-11-25 18:30
수정 2019-11-26 13:34
홍콩 선거혁명…범민주 진영 '싹쓸이'·친중파 '궤멸'(종합3보)

범민주 452석 중 388석 86% 휩쓸어…친중파 60석으로 13% 불과

사상 최대 294만명 투표 참여…역대 최고 71% 투표율 기록

유학생 귀국해 투표하는 등 젊은 층 참여가 승리 원동력

시위 동력 살아날 듯…'행정장관 직선제' 목소리 커질 전망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6개월째 접어든 가운데 홍콩 범민주 진영이 향후 시위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25일 오후 홍콩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선자 모두 확정 발표한 가운데 RTHK 방송에 따르면 홍콩 범민주 진영은 전날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전체 452석 가운데 무려 388석을 차지했다. 전체 의석의 85.8%를 가져간 것이다.

친중파 진영은 고작 60석(13.3%)에 그쳐 궤멸 수준에 직면했다. 중도파는 4석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범민주 진영은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사상 최초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선거혁명'을 이루게 됐다.

범민주 진영인 민주당은 99명의 후보를 내 91명을 당선시키면서 구의원 의석 기준 1당으로 올라섰다.

반면 홍콩 내 친중파 정당 중 최대 세력을 자랑하는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은 181명의 후보를 냈지만 21명이 당선되는 데 그쳤다. 이 정당의 현재 구의원 의석은 119석이었지만 98석이나 줄어들었다.

다만 여야 모두 군소 정당이 많은 가운데 홍콩 언론사별로 분류 방식은 다소 다르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이 소유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범민주 진영이 347석(76.8%), 친중파 진영이 60석(13.3%), 무소속이 45명(10.0%)으로 분류했다. 무소속 후보 다수는 범민주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번 압승으로 범민주 진영은 18개 구 중 17곳을 지배하게 됐다. 웡타이신과 타이포구에서는 전 의석을 범민주 진영이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범민주 진영이 장악하지 못한 유일한 곳은 아일랜드구 뿐인데 이곳은 8명의 구의원 자리가 자동으로 친정부 성향의 지역 대표에게 돌아가는 곳이라서 실질적으로는 범민주 진영이 18개구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온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진선의 지미 샴 대표도 샤틴구 렉웬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현재 홍콩의 구의원은 민건련이 115명을 거느린 것을 비롯해 친중파 진영은 327석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18개 구의회 모두를 친중파 진영이 지배하고 있다.

반면 범민주 진영은 118석으로 친중파 진영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민주당이 37명으로 가장 많은 구의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다음으로 신민주동맹(Neo Democrats)이 13석을 보유하고 있다.

홍콩선거 범민주 압승·친중파 참패…'사상 첫 과반' / 연합뉴스 (Yonhapnews)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현 정부를 심판하고자 하는 젊은 층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라고 할 수 있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총 294만여명의 유권자가 투표했다.

이는 앞서 가장 많은 220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던 2016년 입법회 의원(국회의원) 선거 때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최종 투표율도 71.2%로 4년 전 구의원 선거 때의 47.0%보다 훨씬 높았다.

앞서 이날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는 413만명으로, 지난 2015년 369만명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18∼35세 젊은 층 유권자가 12.3% 늘어 연령대별로 최대 증가 폭을 보였는데, 진보적 성향의 젊은 층 유권자가 많이 늘어난 것은 범민주 진영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를 위해 해외 유학생마저 귀국해 투표하는 등 젊은 층은 적극적인 선거 참여 의지를 보였다.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함에 따라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수세에 몰렸던 홍콩 시위대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당장 범민주 진영의 공민당은 승리를 거둔 32명 구의원 후보자 전원이 현재 경찰의 원천 봉쇄를 당하고 있는 홍콩이공대로 달려가 교내에 남아 있는 시위대를 격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이번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참패함에 따라 지금껏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범민주 진영은 이번 구의원 선거에서의 압승으로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452명 구의원 중 117명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천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은 유권자의 직접선거가 아닌, 1천200명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구의원 몫의 117명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것은 진영 간 표 대결을 통해 이뤄진다.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진영이 이를 싹쓸이한다는 얘기다.

지난 2015년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승리했기 때문에 2016년 12월 이뤄진 행정장관 선거인단 선출 때 이 117명 선거인단을 친중파 진영이 독식했다.

당시 선출된 선거인단은 친중파 726명, 범민주파 325명이었다. 이에 따라 다음 해 행정장관 선거 때 친중파인 캐리 람(林鄭月娥) 현 행정장관이 무난히 당선될 수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하면서 이 117명 선거인단을 모조리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이는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범민주 진영이 구의원 선거 압승을 기반으로 강력한 목소리를 내게 됨에 따라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에도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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