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 1년3개월만 또 교량 붕괴…인명피해 없었지만 '아찔'(종합)

입력 2019-11-25 19:41
이탈리아서 1년3개월만 또 교량 붕괴…인명피해 없었지만 '아찔'(종합)

폭우에 의한 산사태로 교각 무너져…작년 8월 모란디 참사 연상

북부지역 폭우·폭설로 몸살…피에몬테서 강물 범람해 1명 사망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북부에서 최근 계속된 폭우로 24일(현지시간) 또다시 교량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 8월 제노바에서 모란디 다리가 내려앉아 43명이 희생된 지 1년 3개월 만의 일이다.

이번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현지에선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도로 인프라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께 북서부의 피에몬테주(州) 토리노와 리구리아주 사보나를 잇는 고속도로 A6의 고가교 구간 전체 50m 가운데 20m 구간이 폭우에 의한 산사태로 내려앉았다.

산사태로 쓸려 내려온 엄청난 양의 흙과 돌더미가 교각을 덮쳤고 이에 일부 교각이 힘없이 붕괴하면서 도로 상판이 함께 무너진 것으로 파악됐다.

붕괴 당시 해당 구간을 통행한 차량이 없어 별다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꼬리를 물고 달리던 차량들이 붕괴된 구간에 진입하려다 긴급히 멈춰서는 등 아찔한 상황이 전개됐다.

당시 도로를 주행하던 한 시민은 현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전방에 다리가 무너져 있는 것을 보고 급히 차에서 내려 뒤에서 오는 차량들에 멈춰서라고 손을 흔들고 고함을 쳤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고가 1년 3개월 전의 '모란디 참사'를 연상시킨다고 언급했다.

작년 8월 리구리아주 제노바를 관통하는 A10 고속도로의 모란디 다리가 붕괴해 차량 30여대가 추락, 43명이 숨진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밀 조사를 통해 관리 부실이 당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결론을 낸 바 있다.

모란디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들은 교량 붕괴 사고가 재발한 데 대해 25일 성명을 내어 "또다른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라면서 "도로를 지나는 일이 더는 '러시안 룰렛 게임'이 되지 않게 정부와 의회가 강력한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이번 사고 역시 교량 자체의 하자 또는 관리 미흡이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게 아닌지 살펴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북부지역에선 최근 계속된 폭우로 강물이 범람, 농경지와 가옥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피에몬테주 알레산드리아에서는 24일 50대 여성이 범람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몇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2명이 탄 차량 한 대가 강물에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구조되는 일도 있었다.



유명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 공장이 있는 북서부 산업도시 토리노에서도 포강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면서 곳곳이 물에 잠겼다.

프랑스와 접한 발레다오스타주에선 폭설로 눈사태가 발생, 주변 도로가 폐쇄돼 약 1천명의 주민이 마을에 고립되기도 했다.

최근 막대한 홍수 피해를 본 베네치아에서는 이날 오전 기준 조수 수위가 130㎝에 육박해 또다시 침수 주의보가 내려졌다.

기상당국은 애초 수위가 최대 140㎝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보했으나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베네치아의 조수 수위는 25일 오전 현재 111㎝까지 내려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베네치아는 지난 12일 수위가 178㎝까지 치솟아 도시의 80% 이상이 물에 잠긴 바 있다.

수상도시인 베네치아에선 조수가 100∼120㎝를 오르내리는 게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120㎝를 넘어서면 침수가 시작돼 도시 기능에 지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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