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약발 안 통하는 서울 집값…'종부세' 충격에도 시큰둥
"종부세 너무 올랐다" 불만 나오지만 "집값 올라 버텨보겠다" 반응 많아
서울 아파트값 9·13 이후 최대 상승…"양도세 줄여야 매물 나와"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홍국기 기자 = "아직 종부세 부과에 따른 매도 문의는 전혀 없어요. 강북의 1주택자는 종부세 부담이 거의 없고 무엇보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데 팔려고도 안 할 거예요." (마포구 아현동의 중개업소 대표)
"올해 종합부동산세로만 3천만원을 내게 된 집주인이 집을 팔아야 하나 고민하는 상담을 해왔어요. 은퇴를 앞둔 분인데 집 2채만으로 재산세 합산 보유세가 4천만원을 훨씬 넘다 보니 부담이 큰 것 같습니다." (서초구 반포동의 중개업소 대표)
최근 서울 집값이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국세청이 20∼22일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해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하면서 종부세 파급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직 고지서를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국세청 홈텍스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종부세를 확인한 집주인들은 "1년 만에 너무 많이 올랐다", "3천만원짜리 종부세 월세를 사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반면 "버틸 만하다", "집값 오르는 것에 비하면 껌값"이라는 등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종종 서울 집값 전망에 대한 질문에 "정부 규제의 효과가 연말께 나타날 것"이라고 말해왔다. 12월부터 납부하게 될 종부세를 의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집값이 다시 오르는 상황에서 당장의 종부세 위력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 서울 아파트값 9·13대책 이후 최대 상승…신고가 경신 속출
24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10% 올랐다. 이는 지난해 9·13부동산 대책이 발표 직후인 지난해 9월 말 이후 주간 단위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 6일 강남권을 중심으로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을 '핀셋 지정' 했지만 아직 통계상의 가격 안정 효과는 전무한 셈이다.
지난주 상한제 지역이 집중된 강남4구 아파트값은 0.14% 뛰어 역시 9·13대책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상한제 적용 재건축 대상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 시세는 2주 전 19억5천만∼20억5천만원에서 지난주 20억5천만∼21억원으로 다시 5천만원 이상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상한제 시행으로 재건축 수익성이 악화해 가격이 떨어져야 정상인데 재건축 단지는 장기전에 돌입해 당장 상한제 영향이 없고, 공급 부족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축 등 기존아파트 호가도 계속 오르는데 집값이 잡히겠냐"며 "지금도 매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집값이 더 오를까 무서워' 매물을 회수하면서 호가는 계속 뛰는 분위기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20억∼20억5천만원, 전용 84㎡는 22억5천만∼23억원 선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1주택자도 실거주를 해야 양도세가 비과세되는 데다 자사고·특목고 폐지, 정시 확대 등 입시제도 개편까지 겹치면서 임대를 놓거나 팔지 않고 직접 살겠다는 집주인이 늘었다"며 "전세는 아예 씨가 말랐고 매매 물건도 별로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북의 아파트값도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92㎡는 지난주 13억2천700만원에 팔렸다. 사흘 전 직전 거래가보다 2천만원 이상 오르 것이면서 역대 최고가다.
전용 114㎡는 역시 신고가인 18억5천만원에 팔렸다. 지난달 거래된 17억9천만원에 비해 6천만원이나 뛴 것이다.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실제 상한제 적용 물량이 거의 없고 기존 아파트는 상한제와 무관해 집값이 떨어질리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진단한 뒤 "정부의 실거래가 단속이 강도높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곳은 매입 자금 증빙이 가능한 직장인 등 실수요가 많아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노원구 중계동도 청구3차 전용 84.77㎡는 이달 초 9억3천만원에 팔린 뒤 한 주 만에 다시 1천500만원 뛴 9억4천500만원에 팔렸다.
과천시는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집값이 날개를 달았다.
원문동 래미안슈르 판상형 전용 84.96㎡는 지난주 15억3천만원 선에 팔렸다. 지난달 14억원에 팔린 것에 비해 1억3천만원 뛴 것이다.
과천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을 거둬들여 물건이 많지 않고 호가도, 거래가도 계속 오른다. 상당수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상황"이라고 했다.
◇ 집값 올라 종부세 위력 상쇄…"양도세 부담 커 팔고 싶어도 못팔아"
정부는 이달 말부터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보면 집을 팔려는 수요가 늘면서 매물이 증가하고, 가격 안정도 안정되는 등 시장 분위기가 반전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 그만큼 종부세를 강력한 집값 안정 카드로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종부세 위력은 기대 이하 수준이다.
국세청을 통해 부과액을 확인해본 발빠른 집주인들 사이에는 "종부세가 인상폭이 너무 크다"고 반발하면서도 '당분간 버텨보겠다'는 분위기가 많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인터넷 동호회나 카페 등에도 "견딜만하다", "집값 오르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반응이 많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합산 공시가격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의 경우 종부세가 중과돼 부담이 크겠지만 다수의 1주택자에게는 큰 부담이 안될 것"이라며 "아직 종부세 관련 문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마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강북은 공시가격이 9억원 이상 아파트가 별로 없고, 9억원 넘는 것들도 종부세가 20만∼30만원에 불과해 크게 신경 안쓰는 분위기"라며 "집이 2가구 이상인 다주택자라면 모를까 1주택 실수요자라면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종부세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가주택 외에 다른 집을 1, 2채만 더 소유해도 종부세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용산구 한강로의 공시가격 19억2천만원 주택 보유자가 공시가격 9억원짜리 아파트 1채만 더 갖고 있어도 올해 종부세는 세부담 상한인 2천만원까지 오른다. 재산세 880만원을 합친 올해 총 보유세는 3천만원에 육박한다.
웬만한 직장인이나 고정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은 감당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종부세는 내년 이후가 더 문제다.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이 85%로 상향됐고 내년에는 90%, 2022년에는 100%까지 올라 앞으로 공시가격이 한 푼도 안올라도 보유세 부담은 계속해서 증가한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일단 올해는 집값이 올라서 상당수 버티기에 들어갈 공산이 크지만 세금을 위해 대출을 받거나 자녀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은퇴자들은 점차 주택 매도를 진지하게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양도소득세 중과가 매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유세 때문에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 부담이 더 커 팔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양도세가 수억원에 달해 버티기를 선택하고 매물로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최근 집값 상승이 종부세 효과를 상쇄하는 격"이라고 평했다.
집을 파는 대신 다양한 절세 방안을 찾는 수요도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김종필 세무사는 "종부세는 인별 합산이어서 부부 간 증여를 십분 활용해 부부 공동명의로 소유권을 분산하거나 주택 수를 줄이기 위해 자녀에게 사전 증여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당장 종부세로 인한 집값 안정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sms@yna.co.kr, redfla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