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에 차단한 인터넷 1주만에 부분 재개(종합)

입력 2019-11-24 03:34
이란, 반정부 시위에 차단한 인터넷 1주만에 부분 재개(종합)

전국적 반정부 시위 충분히 제압했다고 판단한 듯

스마트폰 접속 무선 인터넷망은 여전히 차단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당국이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16일 밤(현지시간)부터 전면 차단한 인터넷 연결을 23일 오후 4시께부터 부분적으로 재개했다.

이란 통신 사업자와 이용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지방 소도시를 시작으로 인터넷이 다시 작동했으며 오후에는 테헤란, 마슈하드, 타브리즈 등 대도시로 재개 범위가 넓어졌다.

이란 네티즌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터넷 재개 사실을 환영하는 글을 게시했다.

인터넷 이용권을 옹호하는 국제 시민단체 넷블록스도 "22일 저녁부터 이란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인터넷이 재개됐고, 23일 오후 4시 접속률이 정상의 64%까지 올라갔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0시 현재 비대칭 디지털 가입자 회선(ADSL)망을 이용한 인터넷망만 연결됐고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 무선 인터넷망은 여전히 차단됐다.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집, 사무실과 같은 실내에 머물러야 하는 만큼 이란 당국은 여전히 거리에서 시위가 확산하지 않도록 통제를 유지하는 셈이다.

이란 당국은 지난 15일 휘발유 가격을 50% 인상한 데 반발한 반정부 시위가 당일 밤부터 시작되자 인터넷을 전면 제한했다.

이에 따라 이란에서는 시위 조직·확산의 통로가 되는 SNS를 이용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구글, 야후, 외신 사이트 등 이란 외부에 서버를 둔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었다.

이와 관련, 미 재무부는 22일 모하마드 자바드 어자리-자흐로미 이란 정보통신부 장관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 재무부는 "어자리-자흐로미 장관의 미국 관할권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 미국 회사와 거래를 금지한다"라며 "그는 억압적인 인터넷 검열 정책을 앞서 추진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가 일주일 만에 인터넷을 재개한 것은 전국적으로 이어진 반정부 시위를 충분히 제압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위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주말(이란에서는 목,금요일) 이란에서는 지방에서 소규모 시위만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이란 정부와 군부는 반정부 시위에 강경하게 대처하면서 주동자들을 대규모로 체포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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