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홍콩이공대 위생악화…정부 "시위대, 평화롭게 나오라"
음식물 부패·화학물질 위험…잔류 시위자 수십명 정신건강 우려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경찰 포위 7일째를 맞은 홍콩 이공대 캠퍼스 내의 위생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 속에 홍콩 정부가 23일 아직도 남아있는 소수의 시위대를 향해 밖으로 나올 것을 재차 촉구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의 2인자인 매튜 청 정무부총리(정무사장)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들이 침착함을 유지하고 평화롭고 현명하게 나오기를 바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와 경찰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면서 "캠퍼스 안은 매우 위험하다. 위생 상황이 매우 나쁘고, 강력한 폭발성 화학물질들이 분실된 상태"라고 우려했다.
청 정무 부총리는 최근 시위대가 대학을 점거하면서 교육기관이 무기공장과 반정부 요새가 된 걸 보면서 슬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공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투항한 시위대는 1천여 명에 이른다.
캠퍼스 내에는 이들이 썼던 옷가지와 물품, 각종 쓰레기는 물론 화염병과 화학물질, 가스통 등 위험한 물품도 여기저기 널려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확한 숫자가 파악되지는 않지만, 이공대 내에는 며칠 전부터 100명이 채 안 되는 시위대만 남아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중등학교장협회 테디 탕 회장은 이날 캠퍼스 내에 남아있는 중고등 학생들을 만나 설득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지만, 10명 정도의 시위대만 목격했을 뿐 중고등학생은 접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식당과 일부 바닥에서는 음식물이 부패하기 시작했다. 냄새와 위생이 걱정된다"면서 "오랫동안 갇혀 있는 이들의 정신건강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은 캠퍼스를 나온 시위대 중 미성년자나 치료가 시급한 시위대 외에는 현장에서 바로 체포하며, 미성년자도 추후 법적 처벌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구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이 날 카오룽퉁 지역에서는 학부모와 자녀 등 100여 명이 최루탄의 안전성에 우려를 표하며 경찰에 최루탄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행진했다.
검은색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참가자들은 정부에 최루탄의 화학성분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일부 참가자는 최루탄이 자주 사용된 지역에서 자녀가 피부 가려움증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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