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있어도 미생물도 못 사는 '죽음의 연못' 달롤

입력 2019-11-23 10:31
물 있어도 미생물도 못 사는 '죽음의 연못' 달롤

과산·고염·고온 겹친 지구상 '무생물' 극한환경…'미생물 있다' 연구결과 뒤집어

물의 존재 자체가 생명체 서식 기준 아닐 수도…화성 생명체 탐사에 시사점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하에서 뜨거운 물과 가스가 솟구쳐 나오는 심해 열수구(熱水口)나 유황온천과 같은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미생물은 존재한다.

지구에서는 물이 있는 곳에서 이들이 없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강한 생명력을 보이지만 에티오피아 다나킬의 '달롤(Dallol)' 연못만큼은 예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그마가 용암이나 화산가스로 분출하는 화구(volcanic crater) 위에 형성된 달롤 지열대(地熱帶)의 연못들은 염도와 산도가 극히 높은 데다 수온마저 겨울에 45도가 넘어 생명체에는 3대 악조건을 갖고있다.

올해 발표된 한 연구는 달롤 연못에서 특정 미생물이 살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극단적인 환경 조건이 겹친 곳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사례라면서 화성의 초기 환경과 비슷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스페인과학기술재단(FECYT)에 따르면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생물학자 푸리피카시온 로페스 가르시아 박사가 이끄는 프랑스와 스페인 연구팀은 달롤의 연못을 조사해 어떤 생명체도 없다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고, 관련 논문을 '네이처 생태 및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 최신호에 실었다.

연구팀은 미생물 존재를 주장한 앞선 연구 때보다 더 많은 샘플을 채취해 오염이 되지 않도록 통제하며 정밀 분석한 결과, 달롤 연못에서는 물론이고 인근의 마그네슘 염호(鹽湖)에서도 미생물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형광 유동세포분석과 염수 화학분석, X선 분광기와 결합한 전자현미경 검사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미생물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지열대 인근의 사막과 소금 계곡에서 소금을 좋아하는 호염성 고세균이 다양하게 발견됐지만 과산(過酸), 고염(高鹽)의 달랄 연못과 마그네슘이 풍부한 호수들에서는 어떤 미생물도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수소결합을 억제하는 마그네슘 소금과 함께 과산, 고염, 고온 등의 극단적 조건이 중첩된 물리적 환경이 미생물마저 존재할 수 없게 만든 것으로 분석했다.

로페스 가르시아 박사는 이산화규소가 많은 달롤의 광물 침전물은 현미경으로 보면 미생물의 세포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앞선 연구에서는 샘플이 인근 토양의 고세균에 오염됐을 가능성 이외에도 이런 광물 입자가 화석화된 세포로 해석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한계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지구나 다른 행성에서 형태학적 생물 지표를 해석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달롤처럼 물이 있어도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 것은, 액체 상태 물의 존재를 생명체 서식 가능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해온 화성 등 외계행성 생명체 탐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