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反정부 시위 중 3명 사망…냄비 소리 울려 퍼진 보고타

입력 2019-11-23 01:55
콜롬비아 反정부 시위 중 3명 사망…냄비 소리 울려 퍼진 보고타

21일 시위에 노동자·학생 등 25만 명 동참…대통령 "국민 목소리 들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지난 21일(현지시간) 하루 콜롬비아 전역에서 열린 반(反)정부 시위가 '냄비 시위'와 함께 마무리됐다. 대체로 평화로운 시위였으나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지며 사상자도 나왔다.

22일 카를로스 홀메스 트루히요 콜롬비아 국방장관은 전국 규모 시위가 벌어진 전날 서부 바예델카우카 주에서 모두 3명이 숨져 당국이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 2명이 숨진 부에나벤투라에선 쇼핑몰 약탈 시도가 있었다며, 기물을 파손하려는 이들과 경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나왔다고 장관은 설명했다.

수도 보고타를 비롯한 전역에서 일제히 열린 시위엔 노동자와 학생, 교사 등 총 25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인 122명, 경찰 151명이 다쳤으며, 98명이 연행됐다고 당국은 전했다.

이번 시위는 이반 두케 콜롬비아 정부에 대한 불만이 총체적으로 쏟아져 나온 시위였다.



정부가 연금 수급 연령을 높이고, 청년층 임금을 낮추는 등 경제·노동 개혁을 단행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노동계가 분노했고, 열악한 교육 재정에 대한 개선 목소리도 나왔다.

2016년 정부와 반군이 맺은 평화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최근 잇따라 살해된 지역사회 지도자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도 거리에서 표출됐다.

일부 지역에서 시위가 격화하면서 정부 건물에 대한 공격이나 방화 등도 발생했다.

대중교통 시설 파괴로 22일 오전까지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소요 사태로 번질 것을 우려해 서부 도시 칼리엔 야간 통행금지령이 발령됐고, 보고타에선 22일 정오부터 24시간 동안 주류 판매가 금지되기도 했다.

오전부터 이어졌던 파업 시위는 날이 저문 후 냄비나 프라이팬을 막대로 두드리는 중남미 국가 특유의 시위 '카세롤라소'(caserolazo)로 마무리됐다.



보고타를 비롯한 곳곳에서 시위대가 모여 일제히 냄비를 두드렸고, 인근 주택에서도 베란다에 나와 함께 냄비를 두드리며 동참하기도 했다고 일간 엘티엠포는 전했다.

두케 대통령은 전날 밤 성명을 통해 "오늘 콜롬비아 국민이 말했고, 우리는 그 말을 들었다"며 "사회적 대화는 이 정권의 주된 원칙이었다. 각계각층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이번 시위가 칠레,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이웃국가의 시위처럼 격화할 것을 우려해 한시적으로 국경을 폐쇄하는 등 대비 태세를 갖춘 바 있다.

전날 야권 정치인은 반정부 시위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위를 주도한 한 노동자단체 대표는 '정치적 기회주의'가 시위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며 "대통령을 만날 때까지 며칠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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