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에 출혈경쟁' 저비용항공, '치킨게임' 계속할까

입력 2019-11-23 07:41
'실적부진에 출혈경쟁' 저비용항공, '치킨게임' 계속할까

노선 다변화 모색에도 공급 과잉 불가피…업계 재편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항공업계의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 3분기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든 저비용항공사(LCC)의 '치킨 게임'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LCC 업계가 동남아 노선 다변화 등을 내걸고 살길 모색에 나섰지만 신규 LCC 취항으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 업계 재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는 지난 22일 시장에 새로 진입한 플라이강원을 포함해 제주항공[089590], 진에어[272450], 티웨이항공[091810], 에어부산[298690],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모두 7곳이다. 여기에 내년에는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도 신고식을 할 예정이다.



신생 2곳의 실질적인 운항이 내년 하반기이고, 지방 거점 공항 이용이라는 국토교통부의 면허 발급 조건에 따라 플라이강원(양양공항)과 에어로케이(청주공항)가 향후 3년간 김포나 인천공항발 국내선 혹은 국제선을 운항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공급 과잉인 셈이다.

이미 일본 노선 여객 급감 등으로 인한 출국 수요 둔화와 보잉 항공기 날개 연결 부위 균열 논란 등 대외 변수로 지난 10년간의 고성장세에 큰 타격을 입은 LCC 업계는 신규 LCC의 진입까지 더해지며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4분기는 항공업계에 있어 계절적인 비수기인 탓에 당분간 영업 손실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단거리 노선 여객 수요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일 관계 개선 여부가 중요하나 경기 하방 압력에 따른 수요 위축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LCC는 '황금 노선'이었던 일본 대신 중국과 태국, 베트남 등으로 노선을 분산하고 있다.

일본 여행 보이콧 확산 이전인 올해 상반기에는 LCC의 절반에 달하는 46%가 일본에 집중될 정도로 일본 노선 편중 현상이 심했으나, 당분간 악재가 해소될 기미가 없어 서둘러 살길 모색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티웨이항공은 지난 22일 인천∼태국 치앙마이 노선에 신규 취항하고 주7회 운항에 나섰다. 인천∼방콕, 대구∼방콕, 인천∼푸껫에 이은 네 번째 태국 노선이다.

앞서 지난 21일 제주항공은 인천∼베트남 푸꾸옥과 인천∼필리핀 보홀 노선에 각각 신규 취항했다. 이중 보홀은 제주항공 단독 운항 노선이다.

하지만 결국 비슷한 노선을 두고 LCC 간에 경쟁을 벌이는 셈이어서 수익을 내기보다는 출혈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LCC 업계의 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아시아나항공[020560]의 매각으로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앞날도 단정 짓기 이른 상태다.

이번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HDC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45%를 보유한 에어부산은 HDC지주의 증손회사가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증손회사로 편입될 경우 지주회사가 2년 이내에 지분 100%를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황도 좋지 않아 매물로 내놓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며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도 다른 계열사에 지분을 넘겨 에어부산을 증손회사에서 손자회사나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LCC가 9곳, 일본과 중국이 각각 8곳과 6곳 등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LCC 숫자는 과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의 경우 2017∼2018년 4곳이 파산한 데 이어 올해도 추가로 7곳이 파산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 항공사의 파산 사례를 한국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경우 LCC들이 2015년 이후부터 워낙 단기간에 고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일정 기간은 후유증 해소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항공여객 수요가 감소하며 재무적 어려움을 못 견디고 도태되는 업체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재무적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LCC는 이스타항공"이라며 "도태되는 업체가 발생한다면 그만큼의 공급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봉 연구원은 "이스타항공의 경우 부진한 업황과 더불어 B737 맥스8 운항 중단으로 올해 완전 자본잠식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현실화할 경우 1년 이내에 국토부의 재무구조개선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운수권을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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