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침투한 병원균의 아킬레스건은 마그네슘 차단"

입력 2019-11-22 15:04
"세포 침투한 병원균의 아킬레스건은 마그네슘 차단"

스위스 바젤대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병원균이 침입하면 우리 몸은 즉각 면역체계를 가동한다.

그러면 병원균은 면역세포를 피해 숙주의 세포 안으로 도망친다. 물론 숙주도 병원균을 억제하는 다양한 전략을 갖고 있다.

이렇게 숙주 세포로 대피한 병원균이 복제하고 성장하는 데 마그네슘(magnesium)이 핵심적인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마그네슘의 공급을 차단하는 게 병원균에 '아킬레스건(Achilles heel)'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과학자들은 또한 숙주 세포가 NRAMP 1이라는 수송체 단백질을 이용해 병원균에 대한 마그네슘 공급을 줄인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 연구를 수행한 스위스 바젤대 생명과학센터(Biozentrum)의 디르크 부만 감염 생물학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21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연구진은 식중독, 위장염, 장티푸스 등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에 실험해 이런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숙주에 들어온 살모넬라균은 면역세포의 일종인 대식세포 내의 작은 소포(vesicles)에 터를 잡았다. 하지만 살모넬라의 복제와 확산은 전적으로 NRAMP 1이 좌우했다.

부만 교수는 "NRAMP 1이 숙주의 항균 능력을 강화한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았으나 어떻게 그런 작용을 하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라면서 "알고 보니 NRAMP 1 수송체 단백질이 세포 펌프를 작동해 마그네슘 이온을 소포 밖으로 배출함으로써 살모넬라의 성장을 막았다"라고 말했다.

마그네슘 공급이 줄어들면 병원균은 경계 상태에 돌입해 자체 마그네슘 흡수 시스템을 100% 가동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하지만 중요한 건, NRAMP 1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세포 펌프(cellular pump)가 작동하는지였다. 그렇지 않으면 충분한 양의 마그네슘이 세포 내로 들어와 살모넬라균이 빠르게 성장했다.

결국 숙주 세포가 병원균에 어느 정도 취약한지는, NRAMP 1 단백질의 마그네슘 수송 메커니즘이 결정한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NRAMP 1을 줄이면 여러 가지 병원균에 대한 방어력이 약해졌다. 특히 이 시스템이 전혀 작용하지 않으면 아주 작은 수의 병원균만 침입해도 치명적인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병원균의 마그네슘 흡입을 어렵게 하는 약물을 개발되면, 병원균과 끊임없이 공방을 벌이는 숙주에 결정적 이익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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