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인권의원모임, 태국 헌재 野 대표 의원직 박탈 비판
"군부 반대·개헌 추진 퓨처포워드당 침묵하게 하려는 조직적 시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헌법재판소가 지난 20일 야권 차기 주자인 타나톤 중룽르앙낏 퓨처포워드당(FFP)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동남아 지역 인권 관련 의원모임이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사법적 괴롭힘"이라고 비판했다.
22일 온라인 매체 네이션에 따르면 '인권을 위한 동남아국가연합 의원들'(APHR)은 전날 성명을 내고 "군부 정권 통치의 종식이라고들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수많은 소송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계속되고 정부나 군부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참지 못하는 행위가 여전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APHR 회장인 찰스 산타아고 말레이시아 의원도 "태국 헌재 판결은 올해 총선 개최에도 불구하고 태국 당국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야당 의원들과 야당, 특히 퓨처포워드당이 태국의 이른바 독립된 기관들에 의해 지목됐다는 맥락에서 좀 더 넓게 바라봐야 한다. 모든 징후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현 상황을 위협하는 한 정당을 침묵하게 하려는 조직적인 시도임을 가리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나톤 대표의 선거법 위반 의혹은 총선 이후 선관위가 헌재에 제기한 것이다.
이 밖에도 사무총장이나 대변인 등 당 지도부가 현재 법정 모독이나 컴퓨터범죄 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거나 소송을 당한 상태여서 재판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당 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도네시아 전직 의원인 에바 순다리 APHR 이사는 "민주주의라는 외피 아래에서 태국의 억압적인 정권은 야당 의원 때리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FFP가 총선에서 깜짝 놀랄 만한 득표를 하고 권력을 가진 군부에 반대하기 때문에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순다리 이사는 "타나톤 대표의 의석을 빼앗음으로써 태국은 유권자들로부터 그들의 목소리를 박탈하고 있다"면서 "야당을 공격하는 것은 자유 언론과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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