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네타냐후, 부패혐의로 검찰 기소…정치인생 위기

입력 2019-11-22 02:40
이스라엘 네타냐후, 부패혐의로 검찰 기소…정치인생 위기

뇌물수수·배임·사기 혐의…현직 이스라엘 총리 범죄혐의로 첫 기소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 검찰은 21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70) 총리를 부패 혐의로 기소했다고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재임 기간이 13년이 넘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 인생이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 검찰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와 배임 및 사기 등 비리 혐의 3건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역사상 현직 총리가 범죄 혐의로 기소되기는 사상 처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수년간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 등으로부터 샴페인과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이런 혐의를 '마녀 사냥'이라고 주장하며 부인해왔다.

이스라엘법에 따르면 현직 총리가 기소돼도 총리직에서 반드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의 도덕성에 흠집이 나면서 정치적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미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5선을 노리는 그는 올해 4월과 9월 조기총선 이후 잇달아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됐지만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AP통신은 검찰의 기소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퇴진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검찰의 기소 발표에 앞서 이날 리쿠드당에서는 당 대표를 새로 선출하는 경선이 실시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내무장관과 교육장관을 지낸 기드온 사르 의원은 이날 자신이 네타냐후 총리를 이어 리쿠드당 대표를 맡을 수 있다며 당 대표 경선을 요구했다.

당장 네타냐후 총리의 연립정부 추진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의 베니 간츠 대표가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서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21일 의회에 총리 후보를 결정할 권한을 넘겼다.

이스라엘 의회는 21일 이내에 의원 120명 가운데 과반(61명)의 지지를 얻는 총리 후보를 물색할 예정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다시 총리 후보가 될 기회가 생겼지만 검찰 기소라는 장애물을 만났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에서 장기 집권 중인 보수 강경파 지도자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계속 집권하고 있다.

그는 팔레스타인 분쟁 등 중동 정책에서 유대인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있고 올해 총선을 앞두고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을 합병하겠다고 발언해 아랍권의 반발을 샀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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