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국가' 태국 찾은 교황…사원 불상 앞에서 화합 메시지

입력 2019-11-21 18:24
수정 2019-11-22 12:10
'불교국가' 태국 찾은 교황…사원 불상 앞에서 화합 메시지

관례 따라 사원서 신발 벗고 입장…6촌 여동생 수녀 통역 '맹활약'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은 불교를 국교로 채택하고 있지는 않지만 7천만명에 육박하는 국민의 95% 이상이 불교를 믿는다는 점에서 '불교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도 방콕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 태국어로 사원을 뜻하는 '왓'이 붙은 유명 관광지가 많다.



이때문에 전세계 로마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불교국가' 태국 방문은 더욱 관심을 끌었다.

특히나 취임 이후 불교와 이슬람교 등 다른 종교에 열린 자세를 견지해 왔다는 점도 태국 내 교황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 이유다.

교황은 방문 이틀째이자 사실상 공식 일정 첫날인 21일 오전 정부 청사에서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베푼 환영 행사에 참석한 뒤 방콕 시내 왓 랏차보핏 사원을 찾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5년 스리랑카를 방문했을 당시, 수도 콜롬보의 한 불교 사원을 깜짝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는 미리 정해진 일정이 아니었다.

교황은 다른 사원 방문자들이 하는 대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 경의를 표하고 부처 제자 2명의 사리탑을 공개하는 불교 의식을 참관했지만 갑작스러운 일정이어서 방문 시간은 매우 짧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시와 달리 교황청이 사전에 공지한 공식 일정이었다. 만남의 대상도 태국 불교 최고지도자였다.

태국 인구의 95% 이상이 믿는 불교가 태국 국민에게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불교 최고지도자인 솜뎃 프라 마하 무니웡을 만나기 전 다른 사원 방문자처럼 사원 건물 앞에서 신발을 벗었다.

그런 뒤 대형 불상 앞에서 최고 지도자와 마주 앉아 불교의 포용성에 존경의 뜻을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인들은 태국 내에서 소수임에도 종교적 활동에서 자유를 누려왔고, 또 오랜 세월 그들의 불교도 형제자매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가톨릭 인들이 태국 내 불교도들과 함께 가난한 이들과 환경을 돌보기 위한 일에 더 애쓰겠다며 '종교 화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날 방콕 돈므앙 공항에 도착한 뒤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며 가장 먼저 포옹하며 반가움을 표했던 6촌 여동생 아나 로사 시보리(77) 수녀는 이날 교황의 공식 일정을 함께 하며 통역으로 맹활약 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불교 최고지도자인 솜뎃 프라 마하 무니웡을 만날 때나 쁘라윳 짠오차 총리와 환담을 나누는 자리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바로 옆에는 어김없이 시보리 수녀가 모습을 보였다.

시보리 수녀는 어릴 때 고국인 아르헨티나에서 교황과 함께 자란 데다, 지속해서 편지를 주고받으며 연락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선교 활동을 위해 1966년부터 태국에서 거주해 와 태국어도 능통한 점 때문에 교황청이 공식 통역으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방콕에서 북동쪽으로 570㎞가량 떨어진 태국 우돈타니주(州)에서 가톨릭 여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이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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