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범민주 진영, 美 의회 '홍콩인권법안' 통과에 환호

입력 2019-11-21 18:38
수정 2019-11-21 19:52
홍콩 범민주 진영, 美 의회 '홍콩인권법안' 통과에 환호

"시위 전력 학생에 미국 비자 발급해 '활로' 열어줄 것"

수세 몰린 시위대도 기대 나타내…친중파 진영은 거센 비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 하원이 상원에 이어 20일(현지시간)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이하 홍콩 인권법안) 등을 통과시키자 홍콩의 범민주 진영이 이를 환호하고 나섰다.

홍콩 인권법안은 미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홍콩이 경제·통상에서 누리는 특별 지위를 유지할지 결정하고, 홍콩의 인권 탄압과 연루된 중국 정부 관계자 등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 하원에서는 홍콩 경찰에 시위 진압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최루탄, 고무탄, 전기충격기 등 특정 군수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별도 법안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홍콩의 범민주 진영은 일제히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특히 홍콩 인권법안의 내용에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거나 기소된 학생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이번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한 조슈아 웡(黃之鋒)은 "우리는 가능하면 빨리 법안이 시행되기를 바란다"며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될 학생들에게 미국 영사관이 비자를 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폭동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향후 홍콩 내 진학이나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미국 정부가 이들 학생에게 미국 비자를 발급하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야당인 공민당의 데니스 궉 의원은 "인권과 자유라는 측면에서 이 법안은 홍콩 시위대에게 새로운 보호막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설령 유죄 판결을 받게 되더라도 그들에게는 해외로 떠나는 등 대안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적인 변호사 단체를 이끄는 변호사 제이슨 응은 법안에 홍콩 인권 탄압에 연루된 인사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미국 내 금융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는 점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경찰이 시위대를 구타하거나, 현장 지휘관이 언론 브리핑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을 옹호하는 억지 변명을 늘어놓기 전에 이들은 자신들의 가족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이 거부되거나 미국 내 부동산 구매, 은행 계좌 개설 등이 거부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개월간 이어져 온 시위로 인해 지칠 대로 지친 홍콩 시위대도 미국 의회의 홍콩 인권법안 통과에 큰 기대감을 품었다.

한 시위자는 "우리는 이제 대중교통 방해 운동 등 홍콩 시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시위 방식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며 "미국이 홍콩 인권법안을 시행하면 홍콩 정부에 큰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이므로 여기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홍콩 시위대는 도심 센트럴의 IFC 쇼핑몰에서 미국 의회의 홍콩 인권법안 통과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반면에 홍콩의 친중파 진영은 홍콩 인권법안을 거세게 비난했다.

친중파 정당인 홍콩경제민생연맹(BPA)은 "홍콩 시위 사태는 인권이나 민주주의와 관련된 사태가 아니다"며 "미국 의원들은 검은색을 흰색이라고 주장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1면 논평에서 미 의회의 홍콩 인권법안을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법안이라고 거세게 비난하는 등 중국중앙(CC)TV, 글로벌 타임스,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비난 세례를 퍼부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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