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최악 난민캠프' 폐쇄·수용소 전환…"강경 선회"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난민 등 이주민 대량 유입에 고심하는 그리스 정부가 대표적 과밀 난민캠프를 폐쇄하기로 하는 등 단호한 카드를 빼 들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알키비아디스 스테파니스 그리스 국방차관은 정부가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캠프를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악의 난민캠프'로 악명 높은 모리아 캠프에선 3천명 정원의 시설에 1만5천명 이상이 생활하고 있다.
모리아 난민 캠프에선 지난 9월 불이 나 모자 2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한 바 있다.
거주자들은 뱀이나 전갈에 물리기도 하는 등 열악한 수용 여건에 인권 문제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곳 난민들은 대부분 내전을 피해 고국을 탈출한 시리아인들로, 주로 인접 터키를 통해 유입됐다.
최근 수개월 간 터키에서 그리스로 이탈한 난민 수는 이전보다 3배가량 늘어났는데, 이는 2015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 추세다.
레스보스섬 등 도서 지역을 포함한 그리스 에게해의 난민 캠프에는 3만7천여명이 생활하고 있어 난민 구호단체의 '시설 부족' 비판이 거세다.
그리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중도 우파 성향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지난 7월 취임한 뒤 이뤄진 긴급 난민대책의 일환이다.
정부 대변인인 스텔리오스 페차스는 유럽으로 유입되는 미확인 이주민을 좀 더 용이하게 파악하기 위해 모리아 난민 캠프를 폐쇄 방식의 억류 시설, 즉 수용소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구치소의 형태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이밖에 키오스, 레로스, 사모소, 코스섬에 있는 4개 과밀 캠프도 난민 1천∼5천명이 생활하는 수용소로 전환될 예정이다.
페차스는 "그리스에 불법 이주를 계획 또는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에 데려다준다는 불법 소개업자에게 돈을 줬다가는 잃어버릴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용소가 이주민의 움직임을 더 제한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스 정부는 또한,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그러나 난민 구호단체들은 그리스 정부의 새로운 난민정책 틀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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