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성관계 의혹' 英 앤드루, '왕자 공식직무' 중단
"왕실에 혼란 초래…사법당국 조사에 협조할 것"
美억만장자 지인 '性착취' 피해자에 뒤늦게 '연민' 표현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59) 왕자가 자신에게 제기된 '성 접대' 의혹에 책임을 지고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겠다고 20일(현지 시간) 밝혔다.
앤드루 왕자(공식 직함, 요크 공작)는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보낸 10대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의혹이 불거져 영국에 큰 파문을 불러왔다.
앤드루 왕자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해 사법 당국의 조사에 협조하겠다며 영국 여왕의 허락을 받아 모든 공무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고 AP와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앤드루 왕자는 앞서 16일 공영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엡스타인과 관계를 해명하고 10대와 성관계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오히려 의혹과 반감을 키우는 역풍을 초래해 사태가 일파만파 악화했다. 그는 인터뷰 방송 사흘만에 여왕과 상의를 거쳐 왕실 일원으로서 공식 임무를 중단하기로 발표햇다.
앤드루 왕자는 허더즈필드 대학 총장 등을 맡고 있으며, 각종 비영리단체와 기관에 대한 왕실 후원자로서 왕자에게 부여되는 공적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앤드루 왕자는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영국 왕실의 활동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했다고 자성했다.
앤드루 왕자는 이와 관련해 성명에서,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후회한다면서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에게 "마음 깊이 안타깝게 여긴다"고 뒤늦게 공감을 표했다.
이어 "물론, 어느 사법 집행 당국의 수사에도 기꺼이 협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사법 당국이 자신을 밀어붙인다면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진술을 할 것이라는 인터뷰 발언보다는 훨씬 진전된 것이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수감됐다 지난 8월 옥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엡스타인의 안마사로 고용된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는 10대 시절인 2001∼2002년 엡스타인의 지시로 앤드루 왕자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법정 진술했다.
왕실 전문가들은 앤드루 왕자의 공직 중단 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플리머스 대학의 역사학자 주디스 로버텀은 "앤드류 왕자가 공직 사퇴를 하지 않았다면 위기는 더욱 고조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앤드루 왕자가 미국 검찰의 엡스타인 사건 재수사 발표 2주 후인 올해 6월, 엡스타인의 전 여자친구이자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길레인 맥스웰을 만났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그러나 앤드루 왕자는 16일 밤 방송된 인터뷰에서 '엡스타인 체포 후 맥스웰을 만났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아니다"를 수차례 반복하며 "초봄에 마지막으로 봤다"고 답변했다.
jamin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