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새대통령, 총리로 형 지명…'스트롱맨 형제' 정국 장악

입력 2019-11-20 22:48
스리랑카 새대통령, 총리로 형 지명…'스트롱맨 형제' 정국 장악

라자팍사 형제, 2005∼2015년 대통령-국방 차관으로 철권통치 이끌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2005∼2015년 스리랑카의 '철권통치'를 이끌었던 라자팍사 형제가 대통령과 총리로 나란히 복귀하게 됐다.

20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6일 대선에서 승리한 고타바야 라자팍사(70) 신임 대통령은 이날 형 마힌다 라자팍사(74)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대변인인 비자야난다 헤라트는 AFP통신에 "마힌다는 21일 전임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사퇴하면 곧바로 신임 총리로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은 스리랑카에서 형제가 대통령과 총리를 함께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스리랑카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나라로 대통령은 외교, 국방 등을 책임지고 총리는 내정을 맡는다. 헌법에 따라 총리는 대통령이 지명한다.

다만, 위크레메싱게 현 총리의 임기는 지금 국회가 해산하는 내년 3월까지 보장된 상태다.

하지만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새 정부의 조각에 도움을 주기 위해 21일 공식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고타바야 대통령이 총리 임명권을 곧바로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국회의원, 농업부 장관 등을 역임한 D.A. 라자팍사의 아들인 마힌다와 고타바야는 스리랑카의 '스트롱맨 형제'로 불린다.

두 사람은 2005∼2015년 10년간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통치를 주도했다. 마힌다가 대통령을 맡았고 대통령이 겸임하는 국방부 장관 아래의 국방부 차관은 고타바야가 역임했다.

두 사람은 2009년 수십년간 진행된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족 반군 간 내전의 종식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군이 4만5천여명의 타밀족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 등 여러 인권 탄압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당시 두 사람 외 다른 라자팍사 패밀리도 요직을 싹쓸이하며 스리랑카 정치를 완전히 장악했다.

대통령, 국방차관은 물론 마힌다의 형 차말은 국회의장, 동생 바실은 경제부 장관을 각각 맡았다.

마힌다의 아들인 나말도 국회의원으로 정치 활동을 했다. 다른 이들도 여러 직위에 포진했다.

차말은 이번에도 국회의장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자팍사 가문의 승승장구는 2015년 1월 예상치 못한 마힌다의 3선 실패로 갑자기 막을 내렸다.

이후 마힌다는 지난해 말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전임 대통령과 손잡고 총리로 복귀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채 정치적 혼란만 유발했다.

그런 라자팍사 가문은 지난 4월 '부활절 테러'를 계기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부활절인 4월 21일에는 콜롬보 시내 성당과 호텔 등 전국 곳곳에서 연쇄적으로 폭탄이 터져 26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스리랑카 정부는 현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용의자로 지목했고, 다수 불교계 싱할라족을 중심으로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여론이 강해졌다.

고타바야는 이에 지난 8월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고 이번 선거에서도 무난하게 승리를 거뒀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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