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이란 불안케 하려는 적들의 공작 물리쳐"(종합)
"폭력 시위 부추기고 촬영해 외부 반체제 인사에 전송"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와 관련, '적들의 공작'이라면서 이를 성공적으로 물리쳤다고 주장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19일 밤 기업인 대표단을 만나 "우리가 군사, 정치, 안보, 경제 전쟁에서 적의 공작을 물리쳤다는 사실을 우방과 적 모두 알아야 한다"라며 "최근 일어난 소요는 안보 문제로 평범한 국민이 일으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란 지도부가 언급하는 '적'은 미국, 영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란과 적대적 관계인 나라다.
이어 "우리나라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의 핵심은 국내 생산이다. 경제 상황을 외부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는 이들은 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라며 자립 경제를 강조했다.
또 "모든 이가 기계적으로 똑같은 부를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은 허위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라며 "이슬람 통치 체제에서는 국가의 부가 공평하게 분배돼야 하고 사회 계층 간 빈부의 차가 커서는 안 된다"라고 훈시했다.
이란 정부는 휘발유 가격을 50% 올리면서 서민층, 저소득층에 이를 배분하겠다고 설명했고, 이를 최고지도자가 종교적으로 해석해 지지한 셈이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관련해서는 "이란 경제에 문제를 일으키려는 그들의 희망은 종말을 맞았다"라며 "미국의 현재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제재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는 그릇된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도 19일 "거리에서 폭도들이 폭력을 행사해 국민의 목소리를 납치했다"라며 "이것이 바로 이란에 반대하는 세력(미국, 이스라엘)과 테러분자가 바라는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골람 호세인 에스마일리 이란 사법부 대변인도 "최고지도자의 지지 발언과 군경의 노력, 국민의 경계심으로 폭력을 추종하는 자들이 잠잠해졌다"라며 "공공 기물을 훼손하고 불을 지른 자들의 신원이 상당수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20일 폭력 시위를 주동한 용의자 중 일부는 이란 국적과 함께 독일, 터키, 아프가니스탄 국적도 함께 보유한 이중국적자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테헤란 남부에서 은행 5곳에 불을 질러 체포된 '폭도' 가운데 1명이 "혼란스러운 시위 장면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외국에 있는 마시 알리네저드(유력한 이란 반체제 인사)에게 전달했고,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를 올렸다"라고 자백했다고 전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0일 생방송으로 중계된 내각 회의 모두 발언에서 "외부 적들의 음모에 맞선 이란 국민이 승리를 거뒀다"라며 "이란은 다시 한번 역사적인 시험을 치렀고 적들이 우리의 상황을 악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라고 말했다.
20일 이란 전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친정부 집회에 대해서는 "자발적인 집회에서 우리는 이란 국민의 위대한 힘을 목격했다"라고 평가했다.
2017년 12월 말부터 약 열흘간 이란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지만 친정부 집회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와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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