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금지법 위헌결정에 '홍콩 자치권' 핫이슈 부상
"홍콩 자치권 벗어난 행위" vs "자치권 범위에 해당"
中 홍콩 사법 통제 강화 땐 '일국양제 붕괴' 우려도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법원의 복면금지법 위헌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고 시사하자 홍콩 자치권을 둘러싼 해석이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홍콩 법원이 복면금지법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린 뒤 중국 전국인민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법제위원회가 홍콩의 법률이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에 부합하는지는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판단과 결정에 달렸다"는 성명을 낸 데 따른 것이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의 친중 성향 의원으로 전인대 상무위원회 산하 홍콩특구 기본법위원회 소속이기도 한 프리실라 렁은 홍콩 기본법 158조에 따라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홍콩 법원에 홍콩의 "자치의 한계 안에서" 기본법을 해석하도록 권한을 줬다고 말했다.
렁 의원은 시위에서 마스크 등 복면 착용을 금지한 법은 긴급법에 근거했는데, 이는 자치 범위를 넘어 중앙 당국과 홍콩의 관계와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법원의 위헌 결정이 홍콩에 허용된 자치권을 벗어난 것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많다. 홍콩의 자치 범위에 해당하는 것이라서 홍콩 법원이 판단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요하네스 찬 홍콩대학 법학 교수는 법제위원회의 성명이 기본법 158조와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법제위원회가 홍콩 반환 이후 22년간 내려진 모든 법원 결정을 폐기하려는 것인가?"하고 반문했다.
인권 변호사 마크 달리도 법제위원회의 성명이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정치적 사건뿐만 아니라 홍콩 현지에 국한된 사회적 문제에 관련된 사건에도 "처참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변호사협회도 법제위원회가 "법적으로 틀렸다"면서 "홍콩 특별행정구에 인정받은 고도의 자치를 해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홍콩 법원이 위헌 법률을 폐지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전에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홍콩의 자치권 범위에 대한 논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푸화링 홍콩대학 법학 교수는 중국 중앙정부 당국이 홍콩법원의 결정에 반하는 조치를 한다면 홍콩의 사법권을 심각하게 짓누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국양제의 종말이 될 수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프랑스 RFI 방송 중문판도 전인대의 움직임에 대한 법률 전문가들의 비판을 전하고 중국이 홍콩의 사법체계 개조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담강대학 양안관계연구센터 장우웨 주임은 홍콩의 행정과 입법 부문의 입장은 중앙과 고도로 일치하지만 유독 사법 부문만 영국 통치 시기부터 이어진 체계를 갖고 있으며 특히 고등법원에는 외국인 법관이 많이 있어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홍콩인들은 사법체계가 중국 본토와 융합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며 범죄자 송환법안이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장 주임은 중국이 법 해석을 통해 홍콩 사법체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 일국양제의 외투를 벗기고 홍콩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법독립을 해치게 된다면서, 홍콩을 철저히 부숴버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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