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명 폭동죄 기소 '초강수'…홍콩시위대 기세 꺾기(종합)

입력 2019-11-20 18:27
수정 2019-11-21 11:30
200여명 폭동죄 기소 '초강수'…홍콩시위대 기세 꺾기(종합)

경찰, 이틀간 1천여명 체포 '최대 규모'…진압장비도 보강

이공대 내 100명도 안 남아…시위대, 도심 곳곳 대중교통 방해



(홍콩·선양=연합뉴스) 안승섭 차병섭 특파원 = 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인 이공대가 사실상 함락된 가운데 강경파인 신임 경찰 총수가 취임 후 첫 조치로 200명이 훨씬 넘는 인원을 폭동죄로 기소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틀 동안 무려 1천100여 명이 체포된 가운데 약화할 조짐을 보이는 시위대의 기세를 완전히 꺾으려는 조치로 보인다.

20일 이공대 내에 100명도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홍콩 곳곳에서는 이공대 내 시위대를 지지하는 '대중교통 방해 운동'이 벌어졌다.



◇ 이틀간 1천100명 체포·200여명 폭동죄 기소…모두 사상 최대

지난 17일 밤부터 경찰이 이공대 내 시위대에 대해 전면 봉쇄와 진압 작전을 펼치자 18일 밤 몽콕, 야우마테이, 침사추이 등 이공대 인근에서는 이공대 내 시위자를 지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피트 도로를 중심으로 벌어진 시위에서 이들은 최루탄, 고무탄 등을 쏘며 진압하는 경찰에 맞서 화염병, 돌 등을 던지며 강력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체포된 시위대는 213명에 달한다.

한 경찰 소식통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18일 밤 체포된 모든 시위대에 대해 석방을 허용하지 않고, 모두 폭동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경찰이 시위대에 적용하는 혐의는 불법 집회 참여, 공무 집행 방해, 공격용 무기 소지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폭동 혐의가 가장 엄한 처벌을 받는다. 홍콩에서 폭동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1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최후의 보루' 이공대 사실상 함락…시위대 성조기 내걸고 SOS / 연합뉴스 (Yonhapnews)

이러한 기소 결정은 전날 강경파인 크리스 탕이 경찰 총수인 경무처장으로 공식 취임한 후 나온 첫 조치로서 주목을 받는다.

탕 신임 처장은 지난 6월부터 시위 사태에 대응하는 '타이드 라이더' 작전을 이끌어 왔으며, 범죄에 대해 '강철 주먹'과 같은 강경 대응을 고집하는 강경파 인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초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단일 시위에서 폭동 혐의가 가장 많이 적용된 것은 지난 9월 29일 도심 시위 때로, 당시 시위대 96명에게 폭동 혐의가 적용됐다.

그보다 두배가 훨씬 넘는 시위대에게 폭동 혐의를 적용한 것은 말 그대로 '초강수'라고 할 수 있으며, 약화할 조짐을 보이는 홍콩 시위대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버리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8일부터 이공대 진압 작전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크리스 탕 경무처장은 전날에도 이공대 밖에서 봉쇄 작전을 벌이는 경찰들을 찾아 격려했다.



◇'폭동죄' 기소 눈덩이처럼 불어날 듯…시위대 학부모 발 동동

폭동 혐의로 기소되는 시위대의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밤까지 800여 명의 시위대가 이공대 밖으로 나와 경찰에 투항했는데, 경찰은 18세 미만 미성년자를 제외한 500여 명을 폭동 혐의로 체포했다. 이에 따라 이들도 폭동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18~19일 이공대와 그 인근에서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의 수는 무려 1천100명에 달한다.

이 또한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최다 체포 기록이다.

지금껏 최고 기록은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 시위 때 체포된 269명이다. 6월 이후 지금껏 체포된 시위대 수는 4천500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가운데 경찰의 진압 장비도 점점 보강되고 있으며, 특수임무부대(SDU) 소속 저격수와 지상 부대원들도 배치돼있다고 있다고 SCMP가 보도했다.

시위대가 활을 쓰기 시작한 후 경찰 지도부는 "경찰이 장거리 무기를 보유 중인 만큼 경찰을 시험하지 말라"면서 "대응해야 한다면 치명적 무기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의 학부모들은 자녀가 캠퍼스에서 무사히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전날 오후 이공대 옆 침사추이 지역에서는 시위대 학부모 10여명이 '항상 너를 사랑하고 지지한다. 제발 무사하길 빈다' 등이 쓰인 팻말 등을 들고 서 있었다.

15세 아들이 이공대 안에 있다는 학부모 리(45) 씨는 "아들은 단지 응급 구조요원으로 활동하려고 이공대에 들어간 것"이라며 "아이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만 여고생 한명이 이공대 캠퍼스를 나와 경찰에 체포된 지 하루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이 학생의 학부모는 "자녀가 폭동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진압경찰을 피해 도망가다가 캠퍼스 안에 갇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공대 내 100명도 안 남아…홍콩 곳곳 대중교통 방해 운동

이날 이공대에는 60명에서 100명 사이로 추정되는 시위대가 교내 체육관 등에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전날 밤에도 40여 명의 응급 구조요원이 마지막으로 떠나 이제 이공대 교내에는 부상자를 치료할 사람도 없는 상황이다.

시위대는 전날 이공대 건물 옆 육교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거나 하수도를 통해 캠퍼스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등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으나, 대부분 성공하지 못하고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이공대 캠퍼스 바닥에 구조를 요청하는 'SOS' 표시를 커다랗게 만들어놓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홍콩 전역을 마비시키는 운동을 벌여달라고 소셜미디어에서 호소했고, 이에 이날 오전 홍콩 곳곳에서는 '여명(黎明·아침) 행동'으로 불리는 출근길 대중교통 방해 운동이 펼쳐졌다.

시위대는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서서 차량 문이 닫히는 것을 방해하는 운동을 펼쳤고, 판링 지역에서는 철로 위 케이블에 자전거를 걸어놓은 식으로 열차 운행을 방해했다.

이에 동부 구간 노선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는 등 지하철 6개 노선의 운행이 차질을 빚었고, 틴수이와이, 위안랑 지하철역 등이 폐쇄됐다. 일부 지하철역에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점심 시위에는 수백명이 모였고, 퀀퉁 지역 등에서는 시위대가 장애물을 이용해 도로를 막으면서 교통이 마비됐다.

하지만 센트럴 지역에서는 경찰 수십명이 배치돼 시위 참여자들이 도로로 나오는 것을 막았다. 경찰은 시위참여자들이 불법 집회 중이라는 표시를 수차례 들며 압박했다.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에서는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周梓樂) 씨가 시위 현장에서 추락했다가 지난 8일 숨진 후 지난 11일부터 '런치 위드 유(함께 점심 먹어요) 시위'가 매일 벌어지고 있다.

전날 밤 몽콕 등에서 이공대 시위대를 지지하는 집회 등을 한 시위대의 수도 수백 명에 불과해 이전보다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4일부터 시작해 19일까지 홍콩 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내려졌던 휴교령이 이날 해제된 가운데 고등학생 100여 명은 쿤통 지역에서 벽돌, 쓰레기통 등으로 도로를 막고 교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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