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탁도 펀드처럼 사모만 금지…공모는 허용해야"
은행들, 금융위에 공모상품 신탁 판매 허용 건의 예정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금융당국의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종합대책과 관련해 은행권이 이번에 판매가 금지된 신탁 중 공모 상품의 신탁을 허용해달라고 금융당국에 건의하기로 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주요 은행의 담당 부서장들이 수시로 모여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종합대책과 관련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은행권에서 가장 문제로 삼은 부분은 신탁 판매 금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종합대책에서 고난도 사모펀드뿐 아니라 신탁도 은행에서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대규모 손실 사태를 낳은 파생결합펀드(DLF)는 금융위가 분류한 것처럼 고위험 상품을 담고 사모 방식으로 팔린 '고난도 사모펀드'에 해당한다.
신탁은 공모 펀드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는데 이번에 고난도 사모펀드와 함께 판매 금지 대상에 포함된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은행권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신탁도 규제해야 한다면 사모와 공모를 구분해 사모만 판매를 금지한 펀드와 같이 신탁도 사모만 금지하고 공모는 팔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은행권의 파생결합증권(DLS) 판매 현황을 보면 은행의 불만이 왜 나오는지 짐작할 수 있다.
DLS는 금리, 신용, 원자재, 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상품이고, 이중 개별 종목의 주가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주가연계증권(ELS)이라고 한다.
DLS를 펀드로 팔면 DLF가 되고 신탁으로 팔면 파생결합증권신탁(DLT)이 된다. 마찬가지로 ELS를 펀드로 팔면 주가연계펀드(ELF), 신탁으로 팔면 주가연계신탁(ELT)이 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F가 속한 원금 비(非)보장형·사모 DLF의 규모는 6월 말 현재 4조3천억원이다. 이와 달리 은행권에서 판매가 금지될 신탁의 규모는 42조9천억원에 달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4조3천억 규모의 상품 중 일부가 말썽을 일으켰는데 이와 종류가 다른 42조9천억원짜리 시장이 없어질 형국인 셈이다.
특히 은행권은 ELT가 판매 금지되는 것에 불만이 많다. 은행 신탁 중 ELT가 40조4천억원으로 대부분이고, DLT는 2조5천억원 수준이다.
ELT는 DLS와 종류가 다른 ELS를 담은 신탁 상품으로, ELS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ELS는 대개 6개월마다 돌아오는 평가 시점에 기초자산이 특정 기준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조기 상환이 되는 구조여서다.
물론 2015∼2016년 홍콩H지수(HSCEI,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가 폭락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가 손실이 난 전례가 있고, 최근 홍콩 사태 장기화로 홍콩H지수가 빠지면서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는 있다.
은행권은 ELS도 펀드와 같이 공모와 사모가 나뉘므로 사모 ELS는 금지하더라도 공모 ELS는 신탁으로 팔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전체 원금 비보장형 ELS 잔액 56조6천억원 중 공모 ELS는 44조4천억원(78.4%), 사모 ELS는 12조2천억원(21.6%)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탁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고객들에게 은행 정기예금의 2∼3배가량 수익률을 올릴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은행은 자본시장법상 겸영투자업자이므로 기본적으로 증권사와 동일한 자격을 가지는 데도 은행만 판매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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