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체류 볼리비아 난민들 "언제든 귀국할 준비 돼있어"
모랄레스 집권 시기 1천500여명 정치적 박해 이유로 볼리비아 떠나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볼리비아에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브라질에 체류하는 볼리비아 난민들이 귀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체류 볼리비아 난민들은 지난 14일 브라질 북부 아크리 주(州)의 국경 도시에서 반(反) 모랄레스 집회를 열고 귀국 의사를 밝혔다.
볼리비아 난민 지도자인 로제르 사발라 변호사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11년을 기다렸으며 이제 때가 왔다"면서 "모두가 언제든 귀국할 수 있도록 짐을 싸고 있다"고 밝혔다.
사발라 변호사는 볼리비아 야당 인사인 레오폴도 페르난데스가 북서부 판도 주의 주지사를 지낼 당시 주 정부 고위직을 지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주요 정적 가운데 한 명인 페르난데스 전 주지사는 지난 2008년 체포됐다.
그러나 사발라 변호사의 말과는 달리 브라질에 체류하는 볼리비아인 가운데 상당수가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귀국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될지는 알 수 없다.
국제기구의 자료를 기준으로 모랄레스 집권 시기 1천500여 명이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볼리비아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브라질에는 300여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과 볼리비아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정적인 로제르 핀토 몰리나 전 상원의원의 망명으로 한동안 갈등을 빚기도 했다.
몰리나 전 의원은 지난 2012년 5월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주재 브라질 대사관을 찾아가 망명을 신청했으나 볼리비아 정부의 출국 금지 조치로 15개월간 대사관에 머물렀다.
그는 2013년 8월 브라질 외교관의 도움을 받아 볼리비아를 몰래 빠져나와 브라질리아에 도착했으며, 이후 브라질 법무부 산하 국립난민위원회(Conare)는 2015년 9월 그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했다.
몰리나 전 의원은 모랄레스 정권의 부패를 비판하고 정부 관리들이 마약밀매조직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박해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볼리비아 정부는 몰리나가 공금유용 등 여러 건의 범죄에 연루돼 처벌을 피하려고 달아난 것이라며 브라질 정부에 추방을 촉구했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몰리나 체포를 요청하기도 했다.
몰리나 전 의원은 2017년 8월 브라질 중부 고이아스 주에서 소형 항공기를 타고 가다 추락사했다.
사고 당시 항공기에는 몰리나 전 의원만 타고 있었으며, 비행장에 잠깐 머물며 연료를 넣은 뒤 이륙했으나 곧바로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몰리나 전 의원의 측근들과 변호인은 암살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2006년 볼리비아의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취임한 모랄레스는 지난달 20일 대선 승리를 선언했으나 선거 부정 논란 끝에 불복 시위와 퇴진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 10일 사임하고 멕시코로 망명했다. 모랄레스는 자신이 쿠데타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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