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몰아치는 방위비 압박, 美조야서도 "동맹 약화" 비판론 분출

입력 2019-11-17 04:12
휘몰아치는 방위비 압박, 美조야서도 "동맹 약화" 비판론 분출

트럼프 '돈 중시' 동맹관 또 민낯…주한미군 철수 카드 불쑥 꺼낼 위험성도

18∼19일 SMA 3차회의·23일0시 지소미아 종료시한…한미동맹 '시험대'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대폭 증액을 위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미 조야에서도 "동맹을 약화하는 것"이라는 비판론이 분출하고 있다.

오는 18∼19일(한국시간) 서울에서 열리는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3차 회의를 앞두고 '무임승차론'에 기댄 미국 측의 과도한 방위비 인상 요구가 미국 국내적으로도 '역풍'에 직면한 모양새이다.

오는 23일 0시를 기해 효력을 상실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및 방위비 문제 등 '2대 난제'로 한미동맹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선 상황에서다.

물론 미국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그 대상을 가리지 않고 방위비 공세를 벌여왔지만, 한국을 향한 무리한 증액 요구는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동맹의 문제도 '돈'의 관점에서만 접근해온 '트럼프식 동맹관'의 민낯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다.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 즉흥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스타일에 따른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조야의 불안감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인상 문제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감축·철수 카드를 불쑥 꺼내들 '위험성'에 대한 우려인 셈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방한 중이던 지난 15일 한국을 '부유한 국가'로 칭하며 연말까지 한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이 증액된 상태로 SMA가 체결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미국 국무부 고위당국자도 15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협정의 재검토 및 업데이트'를 거론, SMA의 틀 자체를 바꿀 필요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폭탄'에 대한 경고음이 의회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향후 의회 차원의 견제 움직임이 본격화될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민주당 그레이스 멩(뉴욕) 하원의원은 이날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한반도와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보의 토대가 돼온 한미동맹에 끼칠 역효과를 우려하면서 방위비 대폭 증액 추진에 대한 재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갱신 단위를 5년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앞서 공화당 댄 설리번(알래스카) 의원도 지난달 말 "핵 없는 한반도라는 전략적 목표를 명심하는 동시에, 오랜 동맹으로서 걸어온 길을 고려해 방위비 분담 협상에 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주제로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아시아 정책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도 "한국은 무임승차자가 아니다"라면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과도하며 이를 관철한다고 해도 미국에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미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 등에 대한 한미일 삼각공조 차질을 이유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재고를 촉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동맹 균열을 초래할 수 있는 지나친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모순된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대북 공동대응을 위해 절실한 동맹이 약화될 경우 역내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결국 그 틈새를 반기는 것은 북한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미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의 5배 증액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일본에도 주일미군 유지 비용으로 1년에 현재의 약 4배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포린폴리시에 "동맹을 약화하고 억지력과 미군의 주둔 병력을 줄이게 된다면 북한, 중국, 러시아에 이익을 주게 된다"고 경계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는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가 전략적으로도 현명하지 않다며 "미국이 수년간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일관되게 대략 15억∼20억 달러를 말해와 놓고 올해는 과거에 말했던 수준의 수 배를 말하고 있다. 미군의 해외 주둔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것은 미국의 가치 및 책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의 '불똥'이 자칫 주한미군 감축·철수 문제로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미 조야 안팎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대폭 증액 요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의 구실로 이렇게 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지난 14일 전한 바 있다.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아시아 정책 연구소 세미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주둔 미군 철수를 원한다고 발언하고 있다는 점도 골칫거리라며 주한미군 감축 요건을 현행 대비 더욱더 어렵게 하는 의회 차원의 국방수권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방위비 5배 인상 요구 및 거래적인 동맹 접근법이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트윗을 통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한다고 발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이달 초 지적한 바 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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