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 지명 거부' 영국 상대 법적 대응 착수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영국이 오는 12월 출범 예정인 새 집행위에 합류할 집행위원 후보를 지명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영국이 EU 집행위원 후보를 내지 않음으로써 EU 조약 의무를 위반했다고 공식 통지하는 서한을 영국 당국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EU 집행위는 영국에 오는 22일까지 대답할 것을 요구했다.
집행위원단은 한국의 행정부처 장관 또는 국무위원단에 해당한다. 집행위원단에는 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을 포함해 회원국별로 각 1명의 집행위원이 참여해 향후 5년간 집행위를 이끌게 된다.
오는 12월 출범을 앞둔 새 EU 집행위는 EU 28개 회원국 가운데 당초 지난 10월 31일 EU 탈퇴하려던 영국 몫을 제외한 27명으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내년 1월 말까지 3개월 연기되면서 영국도 EU 회원국으로서 EU 집행위원 후보를 지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브렉시트 연기를 보장받기 위해 앞서 EU 측에 후보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영국이 오는 12월 12일 조기 총선 후 새 정부가 구성되기 전까지는 EU 집행위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전날 EU 측에 통보하자 EU 집행위가 법적 대응에 들어간 것이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이날 EU의 대응에 대해 로이터 통신에 자국 선거 관련 지침에서는 영국이 이 기간에는 국제적 직책에 후보자를 지명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는 것을 EU 측에 밝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AFP 통신은 EU 집행위의 이번 조치는 몇차례의 경고 후 영국을 EU의 최고 법원에 제소, EU 조약을 강제로 따르도록 하기 위한 절차로 이어질 수 있는 긴 과정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EU 소식통은 이번 결정은 새 집행위가 영국 집행위원 없이도 제때 출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차기 EU 집행위원장 당선자가 이끄는 새 집행위는 당초 이달 1일 출범할 예정이었으나 프랑스, 헝가리, 루마니아의 집행위원 지명자가 유럽의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출범이 12월로 늦춰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이 집행위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나오자 새 집행위 출범이 또 한 번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으며, 이에 EU는 새 집행위가 예정대로 임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적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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