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트럼프 탄핵 대응 '장기전' 모색…2월초까지 갈수도
WP "민주 예비경선에 혼란 주고 트럼프는 시간 벌어"…민주도 재판 단축 '반대'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 절차와 관련, 미 하원에서 첫 공개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공화당 상원에서 장기전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의 의도는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프라이머리) 스케줄에 혼란을 조성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재판에 대응할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14일 워싱턴포스트(WP)와 정치전문 매체 더힐 보도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전날 따로 점심 모임을 갖고 하원에서 성탄절 전·후로 탄핵 절차를 넘길 경우 재판 기한을 어떻게 할지를 논의했다.
이들은 탄핵 재판을 내년 1월에 시작해 장기전으로 2월 3일 아이오와주에서 열릴 민주당 당원대회(코커스) 전야까지 끌고 가 민주당 예비경선 주자 6명의 발을 워싱턴에 묶어두자는 방안을 은밀하게 논의하고 있다.
논의에 참여한 12명 이상의 인사들은 WP에 탄핵 재판 시기와 방식에 대한 논의가 아직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논의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절차대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상원으로 올라오면 탄핵을 할 만한 증거가 있는지 충분히 들여다보고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민주당으로부터 자신들이 '헌법적 책무'를 소홀히 한 채 탄핵 절차를 빨리 해치워 버리려 한다는 역공의 빌미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어차피 상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증거가 제시되기 전 최대한 빨리 탄핵 재판을 기각하자는 의견도 대통령 변호인과 랜드 폴 등 일부 의원에서 나온다.
하원 공개청문회서 보듯 탄핵을 뒷받침할 결정적 한 방이 없고 남에게서 들은 전언들 위주로 의혹이 제기된 만큼 굳이 시간을 끌 필요 없이 속전속결로 마무리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총 100석인 상원에서 공화당이 53석을 갖고 있지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탄핵 절차 표결에는 참여할 수 없고, 트럼프 비판론자인 밋 롬니 공화당 상원 의원과 독립 성향 상원의원들도 있어 과반 득표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앞서 1999년 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 재판이 5주를 끌었다.
당시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 성추문과 사법방해 혐의로 탄핵조사를 받은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 데 반해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조사를 마녀사냥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원조 대가로 자신의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조사를 요구했다는 혐의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리처드 버 공화 상원의원은 상원 재판이 8주는 걸릴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매코널 원내대표와 동료의원들은 탄핵 재판을 초장부터 기각할 경우 사실관계에 기반해 트럼프 대통령의 혐의를 벗겨낼 수도 없고 탄핵 절차를 너무 가볍게 보는 '다수당의 횡포'라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고 본다.
더구나 민주당 예비경선 과정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 등 일부만 제외하고는 엘리자베스 워런이나 버니 샌더스 등 다른 상원의원들은 워싱턴을 떠나지 못한 채 상원 탄핵 재판에 신경쓰느라 아이오와 등 현장 표밭갈이에 나서기가 쉽지 않게 된다.
이를 통해 민주당 경선 과정을 뒤죽박죽 혼란스럽게 하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히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여유를 줄 수도 있다는 게 장기전 옹호론자들의 입장이다.
현재로선 민주당 경선 주자 간 어느 정도 득실이 갈리기는 하지만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탄핵 재판이 단축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WP는 민주당과 공화당 간 탄핵을 둘러싼 입장차가 너무 큰 데다가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정파적 입장이 더 선명해져 양당간 재판 절차 합의가 과거보다 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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