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비관' 대학생 분신에 프랑스 학내시위 확산
"청년의 불안 상징" 파리·리옹·릴에서 기득권정치 비판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아나스 K.의 절망적인 몸짓은 프랑스에서 청년들이 직면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상징한다."
프랑스 대학가에서 생활고 때문에 분신을 시도했다가 중태에 빠진 대학생에 연대를 표하는 집회가 잇따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학생들은 "불안감이 (아나스를) 죽였다"고 적힌 현수막을 흔들며 "반자본주의"를 외쳤고, 강의실에서 찢어진 책을 던지거나 시위를 저지하는 경비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아나스 K'로 알려진 22살 리옹2대학 학부생이 지난 8일 생활고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캠퍼스 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사건에서 촉발됐다.
아나스는 페이스북에 한 달에 450유로(약 57만원)의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 유럽연합(EU)이 자신을 죽게 했다고 주장했다.
아나스가 다니던 리옹2대학 학생들은 아나스의 선택이 "대단히 정치적이고 절망적인 행동"이었다며 전국 대학에 시위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 캠퍼스를 봉쇄하는 문제를 두고 투표를 진행했으며, 수업을 거부하기 위해 강의실 입구를 쓰레기통 등으로 막아놓기도 했다.
파리에서는 지난 12일 밤 시위대가 고등교육연구혁신부 문을 열고 들어가 안뜰을 점거한 뒤 프레데릭 비달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나스가 페이스북에 남긴 '유서'에 등장하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그는 지난 12일 릴 대학에서 '민주주의 위기에 대응하기'를 주제로 강연을 하려 했으나 학생들의 반발이 격해져 결국 연단에 서지 못했다.
강연이 열릴 예정이던 릴 원형극장에서 대학생 50여명은 올랑드 전 대통령의 저서를 찢으며 강연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올랑드 전 대통령은 이튿날 성명을 내고 일부 학생들 행동으로 1천여명의 학생과 민주주의를 논할 기회를 빼앗겼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학생들의 치솟는 분노가 "타당"하다고 공감하면서도 "감정이 폭력으로 변질해 대화의 장소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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