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3m 멸종 유인원 기간토피테쿠스는 오랑우탄 '사촌'

입력 2019-11-14 11:19
키 3m 멸종 유인원 기간토피테쿠스는 오랑우탄 '사촌'

190만년 전 치아 단백질 분석…인류 조상 진화 연구에도 활용 가능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키가 3m에 달하고 몸무게는 60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멸종 유인원 '기간토피테쿠스 블라키(Gigantopithecus blacki)'가 현존하는 오랑우탄의 사촌인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유인원 중 가장 큰 기간토피테쿠스의 현존 '친척'이 밝혀졌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약 190만년 전 화석의 치아 법랑질에 남은 고대 단백질을 찾아내 유전 정보를 뽑아낸 연구 방법이 갖는 잠재력이 더 주목받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보건의학부 지구연구소의 엔리코 카펠리니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중국 남부에서 발견된 기간토피테쿠스의 어금니 법랑질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법랑질에서 찾아낸 고대 단백질에 대한 시퀀싱 분석을 통해 30만년 전 멸종한 기간토피테쿠스의 유전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현존 영장류들과 비교해 오랑우탄이 가장 가깝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와함께 기간토피테쿠스와 오랑우탄이 약 1천200만년 전 공통 조상에게서 갈라져 나왔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연구팀은 약 200만년 전 화석에 남은 단백질을 시퀀싱해 유전물질을 뽑아낼 수 있었던 것은 단백질 유전정보학 발견을 토대로 기술의 한계를 확장한 첨단 질량분석기가 존재해 가능했다고 밝혔다.



기간토피테쿠스 화석은 중국 남부에서 1935년에 처음 발견됐으며 이후 지금까지 몇개의 아래턱 뼈와 이빨만 발견됐다. 이때문에 거대 유인원의 외형은 미스터리가 돼왔으며,턱뼈 화석을 현존 유인원들과 비교해 추정만 할뿐이었다.

기간토피테쿠스가 살았던 아열대 지역의 덥고 습한 환경에서는 DNA 정보가 쉽게 훼손돼 1만년 이상된 화석에서는 이를 회수한 적이 없어 DNA 정보를 활용할 수도 없었다.

연구팀은 이런 상황에서 아열대 기후에 200만년 가까이 노출된 기간토피테쿠스 치아 법랑질의 단백질을 분석해 유전물질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진화생물학 분야의 획기적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논문 제1저자인 지구연구소의 박사후 연구원 프리도 웰커는 "이번 연구는 200만년 된 화석이라도 단백질 시퀀싱을 이용해 아열대지역에 살던 영장류의 고대 유전정보를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영장류가 인간과 비교적 가깝고, 인류의 초기 조상으로 추정되는 화석들이 주로 아열대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어 단백질 시퀀싱 분석 방법이 인류 조상에 대한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인류의 조상과 침팬지는 약 600만~700만년 전 갈라져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방식으로는 40만년 이상된 화석에서는 유전 정보를 확보할 수 없지만 이번 연구는 적어도 200만년까지는 유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 인류 진화에 대한 연구의 지평을 넓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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