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캠프, '러 힐러리 해킹메일 폭로' 수개월 전에 알았다"

입력 2019-11-13 10:17
수정 2019-11-13 13:30
"트럼프캠프, '러 힐러리 해킹메일 폭로' 수개월 전에 알았다"

캠프부본부장 증언…러 공작원·위키리크스와 내통설 완전진화 난망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조사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설에서도 아직 자유롭지 않은 모양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캠프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타격을 가할 해킹 이메일이 유포될 것이라는 계획을 수개월 전부터 인지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트럼프 대선캠프의 선거대책 부본부장이던 릭 게이츠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비선 참모'이던 정치 컨설턴트이던 로저 스톤의 공판에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게이츠는 2016년 11월 대선 목전에 위키리크스가 클린턴 후보를 해칠 해킹 이메일을 공개할 것이라는 계획을 스톤이 그해 봄에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작성한 스톤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 이메일은 2016년 3∼4월 러시아 공작원들이 민주당과 클린턴 대선캠프 서버에서 훔친 것들이다.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 대표는 수개월 뒤인 2016년 6월 클린턴 후보의 자료를 유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그해 7월 실제로 해킹 이메일을 공개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민주당과 클린턴 선거캠프를 해킹해 클린턴 후보에게 불리한 해킹 자료를 위키리크스를 통해 유포하는 방식으로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뮬러 특검은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한 정황을 잡고 일부 인사들을 수사해 기소했으나 내통과 관련한 직접 증거를 발굴하는 데는 실패했다.

스톤은 위키리크스의 해킹 이메일 폭로 계획에 대한 내부 정보 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애썼을 뿐이라며 내통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스톤은 위키리크스와의 접촉에 대해 의회에서 위증하고 의회의 조사절차를 방해한 데다 증인을 구워삶으려고 한 혐의로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게이츠는 이날 법정에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해킹을 당한 사실을 밝혔을 때 트럼프 캠프가 반신반의하면서도 실제로 폭로가 이뤄진다면 선거운동이 힘을 받을 것으로 봤다고 증언했다.

그는 위키리크스의 폭로를 예상하고 폴 매너포트 선거대책본부장, 제이슨 밀러 홍보 보좌관, 스티븐 밀러 정책 보좌관 등 트럼프 캠프의 핵심인사들이 따로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킹 이메일의 폭로와 관련한 보고를 스톤으로부터 직접 받았다는 정황도 이날 법정에서 나타났다.

게이츠는 2016년 7월 트럼프 후보가 스톤과 전화 통화를 한 뒤 더 많은 정보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에게 말해 해킹 이메일이 추가로 폭로될 것임을 시사했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특검에게 보낸 서면 진술에서 스톤과 위키리크스에 대해 논의한 기억이 없다고 밝혔고 스톤도 이를 부인하고 있다.

게이츠는 스톤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당시 캠프 선임고문이던 재러드 쿠슈너로부터 해킹 이메일과 관련한 상황의 진전을 알아보려고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나 실제로 쿠슈너로부터 정보를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지난 2일 공개된 뮬러 특검의 수사기록 요약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해킹 이메일을 확보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해당 상황에 집착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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