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식 영어로 된 영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 출품 거부돼
아카데미 측 "규정상 非영어여야"…"억양 강해 자막 있어야 이해" 반발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미국의 아카데미 영화제 주최 측이 영화 속 대화 대부분이 나이지리아식 영어로 진행되는 오스트리아 작품의 출품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dpa 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스트리아의 영화산업협회는 이날 아카데미 영화제를 주최하는 미국의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가 자국 영화 '조이'(Joy)의 외국어영화 부문 출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조이'는 인신매매로 나이지리아에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으로 팔려 온 매춘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오스트리아의 수다베 모르테차이 감독이 연출한 2018년 작이다. 이 영화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베네치아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AMPAS 측의 거부 이유는 '조이' 속 대화의 3분의 2 이상이 영어로 진행됐고 독일어와 나이지리아 토속어는 30%밖에 안 된다는 것.
규정에 따르면 외국어부문 출품작은 영화 속 대부분의 대화가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이' 속 영어는 나이지리아식 영어로 미국식 영어와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영국 식민 지배의 영향으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식 영어와 달리 억양이 강하다는 주장이다.
오스트리아 영화·음악산업그룹(FAMA)의 베르너 뮬러 대표는 "'조이' 속 영어는 나이지리아식 영어로, 미국인 관객도 자막이 있어야 겨우 이해할 수 있다"며 비판했다.
특히 AMPAS의 이번 결정은 나이지리아의 영화 '라이온하트'(Lionheart)를 같은 이유로 거부한 직후에 이뤄져 나이지리아 내에서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dpa는 전했다.
'라이온하트'의 감독 쥬네비브 은나지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영화는 우리 나이지리아인이 말하는 방식을 대표한다"는 글을 올리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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