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탄핵정국서 국무부 안팎 비판론 곤혹…예스맨 혹평도
불응 지시에도 국무부 인사들, 의회 증언대 나가 불리한 진술
전현직 외교관 모임, 변호사비용 모금운동…'외교활동 정치화 경고' 서명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가 본격화한 이후 처신문제로 국무부 안팎에서 도마에 오르며 곤혹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때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리 의혹을 조사하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민주당이 지난 9월 말 탄핵 조사에 착수한 이래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언을 못한 '예스맨'으로 묘사되는가 하면, 국무부 직원의 문제 제기를 못 본 척 무시한 장관으로 그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하원이 공개한 비공개 증언 녹취록을 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일부 국무부 고위 관료들에 의해 소극적 인물로 평가받았고, 우크리아나 스캔들과 관련해 이도 저도 아닌 태도를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이번 스캔들의 핵심 인사인 루디 줄리나이의 역할을 놓고 폼페이오 장관에게 상의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눈을 굴리면서 '그건 우리가 대처해야 할 일이야'라는 식으로 대답했다면서 국무부는 줄리아니를 제거하는 일에 관한 한 한계에 부딪혔다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대사 대행은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바이든 조사와 연계할 경우 대가 관계를 우려하는 전보를 보냈을 때 폼페이오 장관이 자신에게 반응하지 않았으며, 얼마 후 백악관 회의에 이를 가져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줄리아니가 자신에게 비협조적이던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를 축출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전직 수석 보좌관인 마이클 매킨리는 요바노비치 축출의 부당성을 거론하며 국무부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세 차례 상의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더해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 직원들의 탄핵조사 증인 출석 등 협조 거부를 지시한 것을 놓고 전·현직 외교관들의 반발까지 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의회 조사에 협력하려고 하자 국무부 변호사들이 압력을 행사했다고 진술했다.
이런 가운데 전·현직 외교관 모임인 미국외교협회(AFSA)는 이번 조사를 "우리 조직이 직면한 적이 없는 가장 중대한 도전"이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또 AFSA는 개인 변호사를 고용해야 했던 외교부 직원들을 위해 모금 운동을 시작했으며, 400명이 넘는 전직 외교부 직원들은 외교활동의 정치화를 경고하는 온라인 서명에 동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의회 증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처가 부패 근절에 초점을 맞췄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는 "나는 우크라이나 정책의 일원이었고, 우리는 매우 분명했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오랫동안 있었던 부패가 줄어들길 확실히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이든 조사를 언급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만연한 비리 척결을 강조하려는 차원이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비난이 쏠리는 국무장관 대신 내년 캔자스주 연방 상원의원 출마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는 예스맨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탄핵의 길을 닦았다고 지적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국무부 직원을 대상으로 탄핵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대통령 편을 들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 사기 향상 등 그동안 공을 갉아먹고 있다고 평가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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