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사죄' 풍자 日예술가 "패러디가 왜 문제?" 항변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상징하는 인물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죄하는 영상을 만들었다가 일본 극우 인사들의 공격을 받는 일본 예술가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비판했다고 교도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아베 사죄' 풍자 작품을 만든 아이다 마코토(會田誠·54) 씨는 10일 도쿄(東京) 도내에서 열린 한 미술 관련 행사에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아티스트의) 정치 비판과 패러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유럽과 미국의 근대문화에 대해 일본의 미술가가 의문을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비판을 받는 장면은) 목적이 아니라 흐름 속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다 씨는 일본과 오스트리아 국교 150주년 기념 사업으로 지난 9월 2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막한 '재팬 언리미티드(Japan Unlimited)'에 '국제회의에서 연설하는 일본의 총리대신이라는 남성의 비디오'라는 영상 작품을 출품했다.
영상 속에서 아베 총리로 분장한 남성은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의 피를 빨 수 있다"면서 "전세계가 동시에 쇄국을 하자"는 주장을 펴며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풍자했다.
이 남성은 그러면서 "우리(일본)는 강한 국가를 흉내 내며 자신들보다 약한 주변 국가를 식민지로 만들고 침략전쟁을 했다"며 "중국 분들, 한국 분들, 사죄합니다. 미안합니다"고 말했다. 아이다 씨는 영상에서 아베 총리를 상징하는 인물은 직접 연기했다.
아이다 씨의 작품이 화제가 된 것은 '재팬 언리미티드'에 후원의 일종인 '공인'으로 참가했던 일본 정부가 작품 내용을 뒤늦게 알고 공인을 취소하면서부터다.
전시회 측에 따르면 일본의 국회의원이 외무성에 '재팬 언리미티드'에 출품된 작품에 대해 조사를 요청했고, 외무성은 "상호 이해와 우호 관계를 촉진하는 것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라며 전시 내용을 문제 삼아 결국 공인을 취소했다.
일본 정부가 공인을 취소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아이다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우익들의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아이다 씨는 일본 정부가 공인 취소 이유로 '우호 관계 촉진'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교도통신에 "표면적인 '우호'가 아니라 사실의 복잡함과 딜레마를 표현하는 것이 현대 예술의 예술가다"고 반박했다.
아이다 씨는 논란이 되자 영상 속에서 아베 총리를 연상시키는 인물의 대사를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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