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대학생 추락사'에 "샴페인 터뜨려 축하해야" 망언
당국 "부적절한 발언 징계"…추모 시위 사흘째 이어져
11일 총파업·동맹휴학·철시 등 '3파 투쟁' 전개하기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시위 현장에서 숨진 스물두살 젊은 대학생에 대해 홍콩 경찰이 "샴페인을 터뜨려 축하해야 한다"는 망언을 해 거센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10일 홍콩 언론에 따르면 전날 저녁 홍콩 도심 애드머럴티 지역의 타마르 공원에서는 숨진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周梓樂) 씨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려 주최 측 추산 10만 명이 참석했다.
차우 씨는 지난 4일 오전 1시께 정관오 지역 시위 현장에서 최루탄을 피하려고 하다가 주차장 건물 3층에서 2층으로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이후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8일 오전 숨졌다.
홍콩 전역이 애도 분위기에 휩싸였지만, 홍콩 경찰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명보에 따르면 지난 8일 저녁 홍콩 툰먼 지역에서 시위 진압 경찰은 차우 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시민들을 향해 "바퀴벌레"라고 소리쳤으며, "오늘 샴페인을 터뜨려 축하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의 망언에 거센 비난 여론이 일어나자 경찰 당국은 관련 경찰에 대한 문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홍콩 경찰은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이 부적절한 언행을 해 문책을 받았다"며 "앞으로 경찰 개개인이 언행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응급 구조요원의 시위대 치료를 또다시 방해한 것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8일 저녁 툰먼 지역 시위 현장에서는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다친 시위자를 치료하기 위해 응급 구조요원 3명이 출동했다.
하지만 경찰 20여 명은 이들을 둘러싸고 욕설을 퍼부었으며, 끝내 이들이 다친 시위자를 치료하지 못하게 했다.
현장에 있던 응급 구조요원은 경찰이 자신을 "쓰레기"라고 불렀다고 증언했다.
이후 경찰과 소방 당국은 공동 성명을 내고 "현장의 혼란 속에서 오해와 갈등이 있었지만, 양측의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경찰이 응급 구조요원의 활동을 방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31일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경찰은 지하철 차량 내부까지 들어가 시위대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며 체포했는데, 당시 경찰의 구타로 실신한 시민을 응급구조원이 도우려고 하자 이를 저지하고 역내 진입까지 막았다.
당시 상태가 위중한 여성 부상자도 있었지만, 부상자들은 3시간 후에야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이달 2일에는 시위 현장의 불을 끄려고 진입하는 소방차에 최루탄을 쏴 소방 공무원과 경찰이 충돌을 빚기도 했다.
지난 4일 홍콩과기대생 차우 씨가 주차장에서 추락해 긴급 이송이 필요한 상황에서 경찰이 구급차의 현장 진입을 막았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한편 지난 8일과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 사틴, 툰먼, 정관오, 코즈웨이베이, 췬완, 카오룽퉁 등 홍콩 곳곳에서는 차우 씨를 추모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시위대는 친중 재벌로 알려진 맥심 그룹 계열의 일식 체인 '센료' 점포와 맥심이 운영권을 가진 '스타벅스' 점포, 중국계 기업 점포, 사틴 지하철역 등의 기물을 파손했다.
카오룽퉁 지역에서는 시위대 한 명이 경찰에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다쳐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시위에 참여한 람(21) 씨는 차우 씨의 사망에 대해 망언을 한 홍콩 경찰을 맹비난하면서 "홍콩 경찰은 양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우리는 계속 거리로 나와서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의 학생들과 노동계, 시민들은 11일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 등 '3파(罷)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홍콩 시위대는 이와 함께 지하철 운행과 주요 도로의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시위도 전개하기로 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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