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고 고집 세" 바이든 공격에 워런 "분노는 나의 것" 응수
"'앵그리' 꼬리표, 여성 능력 폄하 수법" 비판…바이든 "그런 의도 아냐" 부인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라이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서 '화나고 고집 센 사람'이라는 식의 공격을 받자 "분노는 나의 것"이라고 응수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이런 공격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여성을 '화난 사람'으로 낙인찍는 전형적 수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9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워런 상원의원은 전날 지지자들에게 보낸 기부금 모금 메일에 "나는 화가 났다. 그리고 분노는 나의 것"이라고 썼다.
워런 의원은 "계속해서 여자는 화가 나면 안 된다는 말을 듣는다. 우리가 조용하기를 바라는 힘 있는 남자들에게 우리를 덜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라며 "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우리의 조작된 경제로 상처 입은 모두를 대신해 화가 났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을 거명한 건 아니지만 그가 최근 워런 의원을 겨냥해 "우리 정치에 생긴 화나고(angry) 고집 센 관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응수한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워런 의원을 '화난 사람'으로 묘사하자 당장 자기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의 능력을 깎아내리는 오랜 수법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일 관련 사안을 다룬 기사에서 "여성을 화가 났거나 감정적이거나 날카롭다고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공직에 진출하는 여성의 자격을 문제 삼는 낡은 수법"이라는 바버라 리 재단 대변인 어맨다 헌터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 재단은 여성의 공직 진출 관련 연구를 하는 곳이다.
진보 성향 선거전략가 레베카 카츠는 WP에 "성공을 이룬 모든 분야의 여성에 대한 오래되고 똑같고 추한 희화화다. 여성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되면 트럼프가 아주 사적인 방식으로 추격할 텐데 다른 민주당원들도 그러고 있다니 놀랍다"고 했다.
언론인 코니 슐츠는 트위터에 워런 의원을 지지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워런 의원을 화가 나고 적대적인 인물로 잘못 묘사하는 사람은 생각의 한계와 불안의 규모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썼다고 CNN은 전했다.
WP는 바이든 전 부통령뿐만 아니라 또 다른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인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도 워런 의원에게 비슷한 공격을 하고 있다면서 "많은 민주당원이 힐러리 클린턴이 (2016년 대선에서) 성차별적 대우를 받은 데 대해 여전히 마음이 상해있는 와중에 이런 주장을 밀고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전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워런 의원이 여성이어서 그런 표현을 쓴 건 아니라고 했다.
WP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2008년 공화당 소속이었던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겨냥해서도 "화난 사람"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티지지 후보 측 역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비판할 때도 비슷한 용어를 썼다며 젠더의 관점에서 워런 의원에 대한 코멘트를 한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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