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유권자 '구애' 나선 트럼프…애틀랜타서 유세
경제 성과 따른 흑인 혜택 자랑…인종차별 언사 때문에 효과는 '글쎄'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최근 전초전 격인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가운데 미국 내 소수 세력인 흑인 유권자들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9일 더힐, CNN, AP통신 등 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남부 조지아주(州) 주도 애틀랜타를 방문, 자신의 경제적 성과를 자랑하면서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세력인 흑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이날 '트럼프를 위한 흑인 목소리'라는 행사에서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내년 대선을 겨냥, "지금부터 1년 뒤면 우리는 또 다른 믿기 어려운 승리를 거둘 것이고, 그것도 근면한 아프리카계 미국 애국자들의 지지율 급등으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흑인들을 위해 해준 것이라고는 흑인들이 많이 사는 도심지역 개선에 대해 신물 나게 떠들어 댄 것밖에는 없다면서 노골적으로 민주당을 비난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민주당은 흑인 유권자들을 너무 당연하게 (자신들의 텃밭으로) 여겨왔다"면서 "그들은 그래왔다. 그들은 여러분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흑인 유권자들에게 "도대체 여러분이 잃을 것이 뭐냐"고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자신의 집권으로 경제적 번영을 이뤘으며 다른 여러 혜택을 흑인들에게 줬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외신들은 평했다.
이 자리엔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들의 "역사적'인 지지로 재선될 것이라면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빌릴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모든 미국인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4년 더 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펜스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덕분에 흑인 실업률이 지난해 역대 최저로 낮아졌고 흑인에 대한 기회 평등이 확대됐으며 흑인 재향군인 처우 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치적' 자랑은 낮은 흑인 주택보유율 등을 외면한 채 선별적으로 트럼프 정권에 유리한 면만 부각한 것이라고 AP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언사 때문에 흑인 유권자층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대체적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초 왜 미국이 아프리카의 '거지소굴 같은 나라들'에서 그렇게 많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달에는 자신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조사를 '린치'(사형·私刑)에 빗대 물의를 빚었다. 린치는 과거 주로 남부의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흑인들을 집단 폭행하거나 처형한 것을 일컫는 용어다.
흑인 유권자들은 최근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으며 2016년 대선 당시 출구조사에서 흑인들의 트럼프 지지율은 8%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흑인들에게 얻었던 득표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흑인 유권자를 상대로 진전을 이룩하거나, 이전에 민주당을 지지한 흑인들이 2020년 대선에선 투표 대신 집에 머물기를 바라야 할 것이라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분석했다.
인종과 정치 분야 전문가인 시어도어 존슨은 AP에 "흑인들이 이러한 '손 내밀기' 노력에 공명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상황이 조금이라도 눈에 띄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시즘 거부'라는 단체의 칼 딕스는 이번 흑인 대상 유세는 사실상 트럼프가 우회적으로 백인 지지층에게 자신은 "인종주의자가 아니며 흑인 친구들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흑인 이외에도 여성, 히스패닉계, 재향군인 등 소수집단을 겨냥한 선거운동을 출범한 상태다.
앞서 공화당은 대선을 1년 앞두고 지난 5일 실시한 '텃밭' 켄터키주 주지사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유세 지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으며 버지니아주 주의회 선거에서도 다수당 지위를 민주당에 넘겨줬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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