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최악상황 지났나…일부 선행지표서 '온기' 감지
제품출하·설비투자 4개월째 증가…소비심리·경기종합지수 상승
"경기 반등할 것으로 보기 어려워" 신중론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정수연 기자 =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경기선행지표를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 향후 의미 있는 회복세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경기선행지표인 생산자제품 출하지수(계절조정)는 지난 6월에 전월 대비 0.9% 증가한 후 9월(0.4%)까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생산자제품 출하지수가 4개월 연속 증가한 것은 2010년 7월 이후 9년여 만이다. 지난 9월의 경우 기계장비와 반도체, 전자부품을 중심으로 제품 출하가 늘었다.
일반적으로 수요 여건이 개선되면 먼저 제품 출하가 늘고 재고가 감소한다. 기업이 생산량을 늘리는 일은 통상 그 뒤에 일어난다.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의 경우 전월 대비 기준으로 5월(117.9%) 이후 8월(112.9%)까지 4개월 연속 감소해 개선세를 나타냈다. 다만, 9월에 0.8%포인트 반등했다.
반도체, 전자부품의 재고가 줄었지만, 자동차와 1차 금속의 재고가 늘어난 게 반영됐다.
작년 말 이후 경기 부진의 주요 원인이 됐던 투자와 수출도 바닥을 다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우선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 기준으로 6월(0.1%)부터 9월(2.9%)까지 4개월 연속 증가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설비투자를 주도한 반도체 부문의 설비투자가 아직 가시화하지 않고 있어 반등이 시작됐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수출의 경우 지난달(-14.7%·전년 동기 대비)까지 11개월 연속 감소 행진을 이어가 아직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내년에는 회복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반도체 수출이 물량 기준으로 지난달 1∼25일 전년 동기 대비 16.0% 늘어 7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 대표적으로 희망적인 소식이다. 반도체 업황이 부진을 딛고 개선될 경우 수출은 물론 설비투자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본격적인 5G 이동통신 도입과 PC 수요 증가 등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반도체 수출은 2017년(979억달러)과 비슷하거나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의 경우 선행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세를 멈추고 9월(4.4포인트)에 이어 10월(1.7포인트)에도 상승했다
금융시장에서는 8월 한때 1,900선 밑으로까지 떨어졌던 코스피가 이달 들어 2,100선을 회복해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통계청이 작성하는 경기종합지수에서도 미약하지만 긍정적 신호가 나타났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8월 들어 하락을 멈추고 보합을 보인 데 이어 9월 들어선 0.1포인트(전월 대비) 상승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8월 0.2포인트 상승한 데 이어 9월 들어 전월 대비 횡보했다.
경기종합지수의 미미한 개선이 경기 반등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경기가 추가로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한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면서 판단 근거로 제품 출하, 설비투자, 소비심리 등 일부 선행지표의 개선 움직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익명 의사록에서 "최근의 흐름이 의미 있는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일회적 요인에 불과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좀 더 시간을 두고 지표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선행지표의 개선을 경기회복 신호로 해석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한 것은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일부 경제지표에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고 해서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 보긴 어렵다"며 "우리 경제 여건을 살펴볼 때 앞으로 성장 국면은 좋아져도 'L자형'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낸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경기가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하며 여전히 '부진'이라는 표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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