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판결만으로 수감은 위헌"…브라질 룰라 석방길 열려
브라질 대법 "모든 상소 절차 끝나야 형 집행 가능"
'좌파 아이콘' 룰라, 정계 복귀 가능성…검찰 "부패 수사에 타격"
(상파울루·서울=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정윤섭 기자 = 부패 혐의로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옥살이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이 석방될 가능성이 커졌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2심 재판의 유죄 판결만으로 피고인을 수감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방대법원은 7일(현지시간) 대법관 전체회의를 열어 2심 재판의 유죄판결에 근거한 체포·수감 결정에 대해 심리를 진행한 결과, 찬성 5표·반대 6표로 기존 결정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연방대법원은 2016년 2월 확정판결이 아닌 2심 결과만으로도 구속할 수 있다고 판결했었지만, 이번에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법관 전체회의 심의·표결은 지난달 17일과 이날 두 차례로 나뉘어 진행됐다.
대법관들의 의견은 막판까지 5 대 5로 갈렸으나 마지막으로 표결에 나선 지아스 토폴리 대법원장이 반대 의견을 밝혔다.
대법원의 결정은 모든 상소 절차가 끝나야 형을 집행할 수 있다는 헌법의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2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최종심까지 갈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토폴리 대법원장은 이날 결정으로 모든 수감자가 자동으로 석방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룰라 전 대통령을 포함해 거의 5천명이 풀려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룰라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곧바로 룰라 석방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돈세탁 혐의로 2017년 7월 1심 재판에서 9년 6개월, 지난해 1월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각각 선고받았으며, 지난해 4월 7일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 시설에 수감됐다.
이에 앞서 좌파 노동자당(PT)과 사회단체 지도부는 룰라 전 대통령이 올해 안에 석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정치 활동 일정을 고심해 왔다.
룰라 전 대통령은 석방되면 전국을 도는 '정치 캐러밴'에 나서겠다는 뜻을 최근 측근들에게 밝혔다. 국민화합과 국가통합을 도모하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을 잠재우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도 전달했다.
일부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좌파 진영의 선거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2년 대선 출마까지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이번 대법원 판결로 룰라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재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검찰의 반(反)부패 수사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반응도 제기됐다.
브라질 검찰은 2014년 3월부터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라는 이름의 반부패 수사를 진행해 룰라 전 대통령을 잡아들였다.
라바 자투 수사팀은 공식성명을 내고 "대법원이 부패와의 싸움에 부합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며 "우리는 정의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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