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철회 합의? 美관료 잇단 의구심 표명(종합)
中 "합의했다"에 美 공식입장 안 내놔…양국 온도차
나바로 "트럼프가 유일한 결정자"…美주식시장은 낙관론에 상승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황철환 기자 = 미중 양국간 '1단계 무역합의'의 일환으로 단계적 관세철회 방안이 합의됐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 이후에도 미국의 전·현직 관료들이 잇따라 합의 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공식 입장을 아예 발표하지 않는 등 양국 간 온도 차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미국이 관세를 줄이거나 관세를 철회할지 여부도 자세한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합의된 관세 철회 범위 등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앞서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주례 브리핑에서 "양측이 협상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고율 관세를 취소하기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는 양국이 1단계 무역합의의 일환으로 기존에 부과해온 고율 관세 가운데 최소한 일부분에 대해서라도 상호 철회 혹은 완화에 합의했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당초 미국은 내달 15일 1천560억 달러(약 181조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매기기로 했던 15%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1단계 합의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과정에서 2018년 7월 6일 이후 3천600억 달러(약 416조원)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고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작년 7월과 8월, 올해 5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대중 수입품의 절반에 해당하는 2천500억 달러(약 288조원) 규모의 제품으로 25% 고율 관세의 적용 대상을 늘렸고 올해 9월에는 1천100억 달러(약 127조원)어치의 중국 제품에 1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대미 수입품 거의 전체에 해당하는 1천100억 달러(약 126조원) 규모의 제품에 2∼25% 관세를 매겼다.
아직 미국 정부는 관세 합의 부분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백악관의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1단계 무역 합의가 타결되면 관세 합의와 양허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지만, 다른 당국자들은 결이 다른 발언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미국 관리가 중국 측 발표 내용에 동의했지만 다른 당국자들은 공식적인 관세 철회가 합의됐다는 주장을 반박했다고 전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1단계 합의 조건으로 기존 관세를 철회한다고 합의된 사항이 없다"면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이는 간단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고문이자 중국 전문가인 마이클 필스베리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발표가 "구체적인 합의보다 중국의 희망적 사고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중국이 관세 철회를 합의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 "정교한 영향력 행사작전"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관세 철회 방안이 백악관에서 내부 반대에 직면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시장에선 중국 측의 합의 발표후 미중 무역분쟁이 마침내 끝나가고 있다는 낙관론이 퍼지면서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0.7%)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0.3%) 둘 다 상승했다.
지금껏 미국은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중국의 합의 이행 수준에 맞춰 조금씩 관세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미 의회 소식통은 "관세 부과는 중국이 (합의를) 따를 때마다 조금씩 중단돼야 한다"는 것이 공화당 의원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다만, 탄핵 조사를 받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가급적 신속히 마무리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면서 득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1단계 합의 서명을 "열망(anxious)"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포착한 중국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이번에 관세 철회 합의를 일방적으로 발표한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닉 마로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최소한 정치적으로는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sungjin@yna.co.kr,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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