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보수·노동당 한목소리로 "차입 통해 긴축시대 끝낼 것" 공약
노동당, 600조 규모 '국가 변화 기금' 조성해 인프라 등 투자
보수당 "재정준칙 수정해 더 많은 투자…브렉시트하면 민간투자 촉발"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본격적인 총선 캠페인에 돌입한 영국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이 공공 서비스와 인프라 확대를 위해 막대한 규모의 재원을 쏟아붓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영국은 10년간 긴축정책을 펼쳐왔다.
7일(현지시간)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전날 의회 공식 해산에 맞춰 선거운동에 들어간 영국 정치권은 이날 경제 분야, 그중에서도 재정 분야에서 격돌했다.
이날 리버풀을 찾은 노동당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인 존 맥도넬 의원은 권력과 재원을 런던이 위치한 잉글랜드 남동부에서 나라 전체로 옮기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런던에 있는 정부부처와 별도로 잉글랜드 북부 지역에 재무부 조직을 설치해 관련 지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2017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내놓은 '국가 변화 기금'(national transformation fund)의 큰 틀을 유지하되, 투자 규모는 더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향후 5년간 1천500억 파운드(약 223조원) 규모의 '사회 변화 기금'과 2천500억 파운드(약 372조원) 규모의 '녹색 변화 기금'을 통해 나라 전체에 골고루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투자를 통해 기후 위기 문제는 물론 보수당 정부가 야기한 '사람의 위기'(human emergency)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맥도넬 의원은 노동당 정부가 새로운 재정준칙을 도입할 것이며, 투자를 위한 차입은 차입한도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인프라 투자로 탄생한 공공 자산은 비용이자 수익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당 정부의 사지드 자비드 재무장관은 이같은 노동당의 투자 계획이 "재정을 색종이 조각처럼 뿌리는 것"이라며 "판타지 경제학"(fantasy economics)과 같다고 지적했다.
자비드 재무장관은 "기업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코빈이 이끄는 정부"라고 공격했다.
자비드 재무장관 역시 공공차입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내로 유지하도록 한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의 재정준칙을 수정해 GDP의 3%까지 투자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 내놨던 투자 계획 대비 1천억 파운드(약 149조원)의 재원을 추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영국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 해소이며, 이를 통해 많은 민간 투자를 촉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당과 마찬가지로 잉글랜드 남동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잉글랜드 북부 지역이 철도 투자 등에 더 많은 발언권을 갖도록 하고, 선출직 시장 등이 갖는 권한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BBC는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이례적인 저금리 시대에 긴축정책을 끝내기 위해 차입을 통한 공공투자를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국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얼마만큼의 차입이 가능할지에 관한 문제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보수당과 노동당 견제에 나선 자유민주당의 에드 데이비 부대표는 "두 정당 모두 부도 처리될 수표에 공약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떤 형태의 브렉시트든 간에 더 적은 조세 수입과 약한 경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브렉시트로 인한 비용으로 인해 보수당과 노동당은 모두 지출 약속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영국이 브렉시트를 하지 않고 EU에 잔류하면 향후 5년간 500억 파운드(약 74조원) 규모의 '잔류 보너스'(Remain Bonus)를 갖게 될 것이며, 이를 필수 공공 서비스와 불평등 개선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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