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와 불화설' 英 노동당 부대표 총선 불출마 선언

입력 2019-11-07 20:18
'당대표와 불화설' 英 노동당 부대표 총선 불출마 선언

부대표직도 내려놓기로…"개인적인 사유…노동당 후보 위해 싸울 것"

브렉시트 등 놓고 코빈 대표와 이견 노출한 중도 성향 정치인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제러미 코빈 대표와 불화설이 제기됐던 노동당의 톰 왓슨 부대표가 사퇴를 발표했다.

아울러 오는 12월 12일 실시되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7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왓슨 부대표는 코빈 대표에 서한을 보내 부대표직 사퇴와 총선 불출마 의사를 전달했다.

노동당이 공개한 서한에서 왓슨 부대표는 자신의 사퇴 및 불출마가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개인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35년간 정치에 헌신했다. 이제 한 걸음 물러나서 보수당이 몰고 온 공공 보건 위기를 극복하는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언제까지나 노동당원이며, 이번 총선에서도 노동당 후보와 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해 싸우는데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불화설을 의식한 듯 "(코빈 대표와의) 정치적 견해 차이에 비해 우리가 공유하는 여러 가치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코빈 대표는 왓슨 부대표에 보낸 서한에서 "노동당 행보에 당신 만큼 많은 것을 내놓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당신이 영감을 주고 함께 일한 수천 명의 당원들과 노조원들은 당신의 사퇴를 매우 애석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왓슨 부대표와 많은 유쾌한 대화를 즐겼다고 말했다.

왓슨 부대표는 노동당의 거물 정치인 중 한 명이자 대표적인 중도 성향 정치인이다.

2001년부터 잉글랜드 중부 웨스트 브로미치 이스트 지역구의 하원의원으로 활동해왔다.

하원의원들이 직접 선출한 부대표직에 올라 여러 현안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 과정에서 코빈 대표와 이견을 노출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왓슨은 브렉시트와 관련해 제2 국민투표를 열어 노동당이 EU 잔류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내 마음은 잔류에, 우리의 가치도 잔류에 있다"고 했다.

반면 코빈 대표는 EU 잔류 지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노동당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독립그룹으로 옮겨가자 당의 정신이 위기를 겪고 있다며 코빈 대표에게 당의 통합과 예비내각 개편을 주문하기도 했다.

코빈 대표를 지지하는 당내 좌파 세력은 이같은 왓슨 부대표를 탐탁지 않게 여겨왔다.

왓슨 부대표는 노동당의 가장 큰 후원자인 노동조합 유나이트(Unite)의 렌 맥클러스키 사무총장과도 오랜 불화를 겪어왔다.

지난 9월 코빈 노동당 대표를 지지하는 평당원 그룹인 '모멘텀'(Momentum)은 부대표 자리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코빈 대표는 왓슨 부대표와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했지만 왓슨은 최근 당내 미팅에 잇따라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왓슨 부대표가 자유민주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그는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집권 보수당과 제1야당인 노동당의 많은 중도 성향 거물 정치인들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양대 정당이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보수당에서는 데이비드 리딩턴 전 국무조정실장을 비롯해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 데이비드 고크 전 법무장관, 앰버 러드 전 고용연금부 장관 등의 거물 정치인이 총선 불출마를 결정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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