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여성청결제로 질병 예방?'…SNS 인플루언서의 과장 광고
(서울=연합뉴스) 전송화 주보배 인턴기자 = "에이즈 및 성병으로부터 보호가 99% 가능합니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플루언서가 최근 A사의 여성청결제 공동 구매자를 모집하며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광고 문구다. 화장품으로 질병 예방 등 의약품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처럼 과장 광고한 셈.
SNS를 이용해 화장품, 가공식품을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인 것처럼 선전하는 허위·과대광고가 늘고 있지만 당국의 규제 손길이 미치지 못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사는 인플루언서가 인스타그램에 제품을 홍보하고 공동구매를 모집하는 방식의 SNS 마케팅을 진행했다. 인플루언서가 게재한 인스타그램 홍보 게시글에는 "제품을 사용하면 산부인과 갈 일이 없다" 혹은 "줄기세포 배양액으로 노화를 방지하고 탄력 있게 만들어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성청결제 사용으로 성병을 예방하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효과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원영석 정다운산부인과 원장은 "염도가 높은 여성청결제는 삼투압 현상으로 질에 있는 여러 분비물을 흡수해 일시적으로 깨끗해진 느낌을 주지만 지속해서 사용할 경우 정상적인 세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원인도 모른 채 질병을 방치할 경우 골반염 등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화장품을 의약품처럼 광고하는 행위가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점은 현혹된 환자가 제품만 사용한 채 병원에 가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은 점"이라며 "전문의의 조언과 의학적 처방에 따라 제품 사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이버조사단은 A사의 광고에 대해 "화장품을 이른바 '와이존' 재생력 강화, 에이즈 및 성병 보호, 냉대하증, 질 건조증, 항균, 생리불순, 질 수축 등과 관련한 내용으로 광고하는 것은 화장품법 위반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의약품이 아니기에 질병 관련 내용을 설명하면 안 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제품 홈페이지에는 해당 문구를 기재하지 않았다"며 "인플루언서가 여러 장점을 어필하고 싶은 마음에 그런 문구를 쓴 것 같다"고 해명했다.
체험기 영상도 SNS 허위·과대광고에 빈번하게 활용된다.
일명 '키 크는 영양제'라고 이름 붙인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B사는 체험기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서 홍보하고 있다. 여러 영상의 공통된 내용은 성인 남성이 10개월 이상 해당 약품을 먹고 5㎝ 이상 키가 컸다는 것이다.
B사는 또 홍삼 제품을 판매하면서 "이 약을 먹고서 2년 동안 감기에 걸린 적이 없다"는 홍보문구를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B사의 설립 일자가 올해 4월이어서 2년 동안 제품을 판매했을 개연성이 작기 때문에 가짜 체험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날개정형외과 이태연 원장은 B사의 '키 크는 영양제'에 대해 "의학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B사가 특허를 받았다는 성장 관련 성분에 대해 "해당 성분은 콜라겐"이라며 "콜라겐은 키를 크게 하는 성분이 아니라 연골 등 연구 조직을 구성하는 성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식약처는 B사의 두 광고에 대해 "체험기를 이용한 소비자 기만 광고이며 키 성장 표방으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며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B사측은 "해당 영상은 명확하게 판매를 위한 영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판매 중인 제품과 영상간 인과관계는 없다"며 체험기 영상의 마케팅 활용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달 16일에는 가짜체험기를 유포하거나 인플루언서를 이용해 고의·상습적으로 허위·과대광고를 해 온 업체 12곳이 식약처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 업체는 SNS를 통해 가짜 체험기를 유포하거나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제품 공동구매, 키 성장 등 검증되지 않은 효능·효과로 건강기능식품 표방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체험기를 유포하다 적발된 C사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게재된 광고만 건강기능식품협회로부터 사전심의를 받았으나 광고대행사가 관계 법령을 알지 못해 심의를 받지 않은 영상을 SNS에 내보낸 것 같다"며 "전문 법적 지식 자문단을 꾸려 광고대행사의 광고도 검토한 뒤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SNS에 허위·과대광고가 난립하는 이유는 광고를 사전에 심의해야 하는 대상이 일부 업종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제품은 사전에 광고를 심의해야 하지만 논란이 된 여성 청결제, 키 크는 영양제 등은 각각 화장품, 가공식품에 속하기 때문에 사전 심의 대상이 아니다.
각각 화장품과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A, B사의 광고는 소비자에게 노출된 이후에나 규제할 수 있다. 광고 사후 심의가 한발 늦은 대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국은 많은 양의 SNS 광고를 전부 모니터링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다.
식약처 사이버조사팀 관계자는 "예전에는 판매 사이트를 이용해 영업자가 직접 허위·과대광고를 했다면 요즘은 인플루언서를 통해 개인 SNS에서 홍보하는 등 범위가 방대해졌다"며 "제한된 인력으로 온라인 광고를 모두 확인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허위·과대광고를 하는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은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개인 SNS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인 만큼 정부 규제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누리꾼이 직접 온라인 허위·과대광고를 신고하는 '온라인 건강 안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여러 가지 채널로 허위·과대광고를 파악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SNS 광고가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는 만큼 체계적으로 제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원 원장은 "실제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인 만큼 법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며 "식약처가 제품 홍보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각종 과장 광고가 난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자율광고심의기구 관계자는 "허위·과대광고로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필터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여성 청결제 등과 같이 의약품으로 쉽게 오인되는 품목의 경우 관련 기관에서 사전에 광고 심의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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