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러시아제 방공시스템 구매…군사적 밀착 가속화
美 제재 압력에도 예정된 구매 계획 진행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옛 유고 연방의 일원인 발칸반도의 세르비아와 러시아 간 군사적 밀월 관계가 가속화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러시아제 대공방어미사일시스템(Pantsir-S)을 구입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지대공 미사일과 대공포를 결합한 단·중거리 방공체계다.
러시아는 계약에 따라 수개월 내에 이 시스템을 세르비아 측에 인도할 계획이다.
제작사인 러시아 방산업체 로소보로넥스포르트는 이날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 중이며 일정 연기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제재를 거론하며 위협했음에도 세르비아의 러시아제 무기 구매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미국의 매튜 팔머 서부발칸 담당 특사는 지난주 세르비아가 러시아제 무기를 구매하면 제재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압력 속에 세르비아와 러시아가 군사적 밀착을 지속하고 있다는 여러 징후 가운데 하나로 읽힌다.
세르비아와 러시아는 지난달 말 '슬라브의 방패 2019'(Slavic Shield 2019)라는 명칭의 합동 군사 훈련을 진행했으며, 부치치 대통령이 이를 참관하기도 했다.
이 훈련에는 러시아의 최신 S-400 지대공 미사일도 동원됐다. S-400이 해외 군사 훈련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부치치 대통령은 당시 S-400 미사일에도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으나 예산 문제를 들어 구매하지는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비아는 북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 등 발칸반도의 다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유럽연합(EU) 가입을 희망한다.
하지만 군사적으로는 러시아의 핵심 동맹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등 이른바 '양다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미국-유럽의 방위조약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미국 주도의 대(對)러시아 제재도 거부한 바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세르비아와의 군사 동맹을 토대로 자국 영토 앞마당까지 온 나토의 추가 확장을 막고 지정학적 요충지인 발칸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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