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검찰, 14세 소녀 집단 성폭행범 솜방망이 처벌에 항소

입력 2019-11-07 00:27
스페인 검찰, 14세 소녀 집단 성폭행범 솜방망이 처벌에 항소

법원, 성폭행 아닌 성적 학대 혐의 적용하자 사회적 분노 촉발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스페인 검찰이 사회적 분노를 불러온 14세 소녀 성폭행범들에 대한 법원 판결에 항소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AP 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르셀로나 검찰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항소 의사를 나타냈다.

앞서 바르셀로나 법원은 지난달 30일 14세 여성 피해자에 대한 '성적 학대' 혐의로 5명의 남성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2016년 10월 카탈루냐 북동부 만레사의 한 버려진 건물에서 소녀를 차례로 성폭행했다.

법원은 이들에게 10~12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당초 검찰은 성폭행 혐의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역 15~20년 형을 받을 수 있어 형량이 더 무거운 성폭행 혐의가 아닌 이보다 가벼운 성적 학대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법원은 가해자들이 사건 당시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규정했다.

스페인 형법에서는 육체적 폭력이나 위협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이를 성폭행으로 보지 않는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자 분노한 여성들이 거리에서 수일간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집권 사회당은 성폭행 관련 형법 수정을 검토하기 위한 패널을 구성하기로 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성폭행 여부를 결정할 때 명백한 동의 여부와 함께 비 물리적 형태의 강압 여부도 고려하고 있다.

이번 처벌을 놓고 스페인에서는 지난해 논란을 불러온 '늑대떼'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16년 7월 북부 팜플로나의 소몰이 축제 기간에 남성 5명이 술에 취한 18세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성폭행 장면을 촬영해 소위 '늑대 떼'라고 이름 붙인 자신들의 메신저 대화방에 올렸다.

지난해 이 사건을 다룬 1심과 2심에서 가해자들에게 가벼운 형량이 선고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분이 일었다.

이에 스페인 대법원은 올해 6월에서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가해자들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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