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충칭시 부서기 의문사…"4중전회 때 호텔서 투신" 소문

입력 2019-11-06 17:26
中 충칭시 부서기 의문사…"4중전회 때 호텔서 투신" 소문

"런쉐펑 투신으로 4중전회 폐막식, 인민대회당으로 옮겨 개최"

시진핑 후계구도 맞물려 관심 고조…"권력 투쟁 시사" 관측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공산당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제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 때 당 핵심 간부의 투신자살 사건이 발생했다고 홍콩 성도일보, 빈과일보 등이 6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충칭(重慶)시 부서기인 런쉐펑(任學鋒·54)이 지난달 31일 '병환'으로 별세했으며, 장례식은 지난 4일 베이징 창핑(昌平) 빈의관(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발표에는 런쉐펑이 어떤 병으로 사망했는지, 사망 지역은 어디인지 등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중앙후보위원'에 오를 정도의 당 핵심 간부인 그가 고위 간부들을 위한 바바오산(八寶山) 빈의관이 아닌 창핑 빈의관에서 장례식을 치르는 것도 의문을 낳았다.

곧이어 베이징 정가에는 그가 '병환'이 아닌, 투신자살로 사망했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져나갔다.

한 충칭 소식통은 "런쉐펑은 베이징의 호텔에서 투신했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들 소식통이 전한 바에 따르면 런쉐펑은 지난달 28∼31일 열린 4중전회 마지막 날인 31일 베이징의 징시(京西)호텔 7층에서 투신했다.

중국 군부가 운영하는 징시호텔은 보안이 철저해 당의 중요한 비밀회의가 자주 열리는 곳으로, 이번 4중전회도 이곳에서 열렸다.

하지만 런쉐펑의 투신으로 인해 4중전회 폐막식은 징시호텔이 아닌 인민대회당에서 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전언이다.

런쉐펑은 런중이(任仲夷) 전 광둥성 서기의 조카로, 중국 정가에서 승승가도를 달려왔다.

톈진(天津)시 부시장, 광둥성 부서기, 광저우(廣州)시 서기 등을 역임했으며, 제18, 19기 당 대회 때 중앙후보위원 자리까지 올랐다. 한때 그가 광둥성 성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충칭시 부서기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가 좌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충칭시는 이곳의 당 서기를 맡았던 보시라이(薄熙來), 쑨정차이(孫政才) 등이 뇌물수수죄 등으로 잇달아 종신형 판결을 받으면서 중국 정가의 '무덤'으로 불리는 곳이다.

일부에서는 런쉐펑이 광저우에서 발생한 개인 간 거래(P2P) 불법 자금모집 사건에 연루돼 부패 혐의 조사를 받다가 투신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런 소문이 사실일 경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후계 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런쉐펑의 부패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가 광둥성 부서기를 맡을 당시 직속 상관이었던 후춘화(胡春華) 전 광둥성 서기(현 부총리)에게까지 타격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춘화는 중국 공산당의 외곽 청년조직이자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정치 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으로, 시 주석 집권 후 공청단 세력이 크게 위축되면서 견제를 받고 있다.

후춘화가 타격을 받게 되면 그와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 서기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천민얼은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였던 시절 선전부장을 맡아 현지 신문에 시진핑 칼럼 '즈장신위'(之江新語) 초고를 4년이나 썼을 정도로 시 주석의 신망이 두텁다.

빈과일보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 전체회의 기간에 당 고위 간부가 자살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는 시진핑 치하의 당 고위층 사이에 치열한 권력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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