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대학생 위독…"경찰, 구급차 진입 막아" 증언도
최루탄 피하려다가 주차장서 추락…병세 악화해 뇌사 증상
경찰, 부상자 돕는 응급구조요원 잇단 방해로 비난 직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하려다가 주차장에서 추락한 대학생이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사고 당시 경찰이 구급차 진입을 막았다는 증언도 나와 큰 파장이 일고 있다.
6일 홍콩 명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1시 무렵 홍콩 정관오 지역의 시위 현장에 있던 홍콩과기대학 학생 차우츠록(周梓樂) 씨가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하려다가 지상 주차장 3층에서 2층으로 떨어졌다.
홍콩과기대학은 홍콩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꼽힌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THE의 2019년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학 평가에서 4위를 차지했다.
차우 씨는 이로 인해 머리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뇌출혈을 일으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인근 병원으로 긴급히 이송된 차우 씨는 두 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병세는 갈수록 악화해 뇌사 증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더구나 그가 주차장에서 추락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경찰이 구급차의 진입을 막았다는 증언까지 나와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 당시 주차장에 있던 현지 주민 등의 증언에 따르면 오전 1시 무렵 차우 씨가 추락한 후 오전 1시 10분께 응급 구조요원이 현장에 도착했다.
차우 씨가 의식을 잃고 많은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본 응급구조요원은 무전기를 통해 구급차를 급히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현지 주민이 들은 바에 따르면 무전을 받은 구급차 운전사는 "경찰이 길을 막고 있어 진입할 방법이 없다. 빙 돌아서 가야 한다"고 답했다.
구급차는 오전 1시 29분에야 현장에 도착해 차우 씨를 실었고, 1시 41분께 현장을 떠났다.
추락 후 출혈로 맥박이 급격히 약해지는 상황에서 40분 넘게 병원 이송이 지체된 것이다.
경찰은 구급차의 진입을 방해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증언과 영상 등을 보면 경찰의 적대적인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현지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응급 구조요원이 차우 씨를 치료할 때 현장에 도착한 폭동 진압 경찰은 그에게 총기를 겨누었고, 구조요원이 "사람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소리치고 나서야 현장을 떠났다.
대학생 기자가 찍은 영상을 보면 차우 씨를 실은 구급차 방향으로 경찰이 수차례 최루탄을 발사하기까지 한다.
홍콩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다친 사람을 치료하려고 하는 응급 구조요원을 방해하는 모습이 수차례 목격돼 거센 비난 여론을 사고 있다.
지난 8월 31일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경찰은 지하철 차량 내부까지 들어가 시위대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며 체포했는데, 당시 경찰의 구타로 실신한 시민을 응급구조원이 도우려고 하자 이를 저지하고 역내 진입까지 막았다.
당시 영상을 보면 역사 진입을 거부당한 한 구조요원이 "저는 부상자들을 돕고 싶습니다. 부상자들을 구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호소하지만, 경찰은 돌아가라는 대답만 할 뿐이다.
이에 이 구조요원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만다.
당시 상태가 위중한 여성 부상자도 있었지만, 부상자들은 3시간 후에야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이달 2일에는 시위 현장의 불을 끄려고 진입하는 소방차에 최루탄을 쏴 소방 공무원과 경찰이 충돌을 빚기도 했다.
한 소방 분야 공무원은 "경찰이 우리의 응급구조 활동을 방해하고, 소방 공무원들을 함부로 대하고 있다"며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우리가 부상자들을 도우려고 할 때 경찰은 우리를 저지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고 밝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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