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통령, '마약과의 전쟁' 비판한 부통령에게 중책 맡겨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를 비판해온 정적인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을 마약과의 전쟁 지휘관으로 임명해 결과가 주목된다.
5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이 로브레도 부통령을 '마약퇴치 범정부 위원회'(ICAD)의 공동 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2017년 만든 ICAD는 마약사범 단속과 처벌, 마약예방 캠페인, 재활 등 마약과 관련한 모든 분야를 총괄하는 기구로 마약과의 전쟁 사령탑 역할을 한다.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6년 7월 1일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 올해 7월까지 경찰과의 총격전 등으로 숨진 사망자가 공식 발표된 것만 6천847명이다.
인권단체들은 용의자를 재판 없이 사살하는 이른바 '초법적 처형'으로 인해 실제 사망자가 2만7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마약과의 전쟁에 대립각을 세우던 로브레도 부통령은 최근 부패한 경찰관에 의해 압수한 마약을 밀거래하는 행위가 여전히 성행한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로브레도 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마약 투약과 밀거래가 줄어든다는 증거는 없고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면서 "마약과의 전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두테르테 대통령이 로브레도 부통령에게 마약과의 전쟁을 직접 지휘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러면서 관계 기관에 로브레도 부통령을 적극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로브레도 부통령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현지 언론은 로브레도 부통령이 아직 수락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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