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장벽 붕괴 30년…동유럽서 "민주주의 우려" 여론 고조

입력 2019-11-04 17:04
베를린장벽 붕괴 30년…동유럽서 "민주주의 우려" 여론 고조

7개국 여론조사…60%는 "정의 위협받고 있어" 응답

"30년 전보다 세상 더 안전" 응답은 4분의 1에 그쳐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은 가운데 다수의 동유럽인들이 민주주의의 미래를 우려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유고브'는 불가리아, 체코, 독일,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7개국 1만2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조지 소로스의 '열린사회재단'이 공개한 이번 조사 결과에선 독일을 포함한 6개국에서 51~61%의 다수가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불가리아에선 조사 대상의 4분의 3, 헝가리와 루마니아에선 절반 이상, 폴란드에선 3분의 1, 독일에선 5분의 1이 자국 선거가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선 1989년보다 세상이 더 안전하다고 여기는 비율은 40세 이상 응답자 중 4분의 1 미만에 그쳤다.

분석 결과 조사 대상의 다수가 정부와 주요 정당에 대해서는 회의감을 느끼고, 언론에 대해선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주류 미디어와 정부가 제공한 정보 관련 신뢰성에 대한 믿음은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절대 다수는 주류 미디어가 뉴스를 공정하고 정직하게 보도한다거나 정부가 정확하고 편파적이지 않은 정보를 제공한다고 믿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또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다수는 언론의 자유, 법의 지배, 시위할 권리가 공격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모든 조사 대상 국가에서 60% 이상은 정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 보고서는 한편으로는 이 같은 "심각한 신뢰의 위기"를 거론하면서도 "포퓰리즘의 부상과 주요 기관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위협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를 효과적으로 격파한 자유민주적인 가치는 커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번 결과는 기득권층이 시민들을 실망시키는 곳에서 시민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상대로 인식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예로 최근 슬로바키아와 체코, 루마니아의 대규모 반부패 시위, 극우 성향의 폴란드 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반대 시위 등을 꼽았다.

이밖에 조사 대상인 7개 모든 국가에서는 다수가 자선단체나 대학 같은 공공기관이 정부 당국을 비판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했다.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조사 대상의 17%에 그쳤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Z세대'(1995년 이후 출생)로 불리는 18~22세뿐만 아니라 23~37세 시민의 폭넓은 사회적 관여와 상황 개선 능력에 대한 낙관주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불황 이후 성년이 된 그들은 정보의 영역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항해하는 주목할 만한 능력을 보여준다"며 "그들은 대규모의 상황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사회 정의를 폭넓게 수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니고 있다"고 부연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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