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호주, '꿀 전쟁'…마누카꿀 상표등록 갈등

입력 2019-11-04 14:54
뉴질랜드·호주, '꿀 전쟁'…마누카꿀 상표등록 갈등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뉴질랜드와 호주가 꿀 이름을 놓고 쓰디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웃 두 나라가 싸움을 벌이는 대상은 '마누카(Manuka)꿀'이다.

다른 꿀보다 견과류맛이 강한 마누카꿀은 민간에서 위염 진정과 상처 치유 등 특별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고, 스칼릿 조핸슨 등 할리우드 연예인도 상용한다는 게 알려지며 더욱 유명해졌다.

마누카꿀의 시세는 보통 500g당 100달러(약 12만원) 선이며, '등급'이 높은 제품은 더 비싸게 팔려 '액상 금'으로 불리기도 한다.

뉴질랜드 마누카꿀 산업 규모는 연간 2억2천만달러(약 2천600억원) 규모로, 업계는 앞으로 몇년 안에 이를 7억달러까지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마누카꿀 시장 조성과 육성을 선도한 뉴질랜드 업계는 '가짜', '저질' 마누카꿀을 근절한다는 목표로 몇년 전부터 상표등록을 추진 중이다.

이미 자국 외에 유럽연합(EU), 영국, 미국, 중국 등 대형 시장에 상표등록을 출원했다.

마치 프랑스 와인업계가 자국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발포 와인에만 대문자 시(C)로 시작하는 '샴페인' 이름을 쓰게 한 것과 같은 시도다.

상표등록이 받아들여지면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비슷한 제품은 '마누카꿀'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



뉴질랜드 업계는 뉴질랜드에서 생산되는 마누카꿀만이 '진짜'라는 논리를 펼친다.

뉴질랜드 마누카꿀은 마누카 덤불 단일종(Leptospermum scoparium) 꿀이며 '마누카 고유 지수(UMF)에 의한 품질관리가 철저하므로 상표등록 대상이 된다는 게 뉴질랜드 업계의 주장이다.

또 마누카라는 어휘 자체가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 단어이므로 문화적으로도 뉴질랜드의 것이라고 강조한다.

뉴질랜드 업계는 이웃 호주에서 나오는 마누카꿀은 렙토스페르뭄속(屬) 식물 수십종이 섞여 있어서 '원조' 마누카꿀과 속성과 효능이 다르다는 주장을 펼친다.

호주 꿀업계는 두 나라 제품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데 뉴질랜드 제품에만 마누카꿀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백악기까지 호주와 뉴질랜드는 붙어 있었기 때문에 두 나라는 다수 식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게 호주 측 논리다.

또 호주 마누카꿀이 각종 연구에서 동등한 효능을 입증했다는 '과학적 근거'를 반박 자료로 제시한다.

호주의 마누카꿀 연구자인 피터 브룩스는 "생산량을 늘릴 여력이 없는 뉴질랜드가 시장을 독점하려는 의도로 상표등록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마누카라는 어휘의 주인인 마오리족 측은 두 나라의 싸움에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3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마오리연구소의 톰 월터스 소장은 "놀라운 상품을 축복으로 받은 두 나라가 법정에서 싸움을 벌이며 마누카 이름을 훼손할 것이라니 기가 찬다"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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