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아이도 차별하다니"…日서 조선유치원 차별 항의 대형 집회
日정부, 유아 교육·보육에 조선학교 계열 유치원 제외…"조선학교 따돌리기" 비판
5천500명 대규모 인원 참석…"日정부, 태어날때부터 차별받는 상처 주려해"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3살 아이에게까지 민족 차별을 하다니 지나치게 가혹합니다."
일본 정부가 유치원과 보육원의 유아 교육·보육을 무상화하면서 재일 조선학교 계열 유치원을 대상에서 제외하자 이에 항의하는 재일동포들과 일본인들이 2일 도쿄(東京)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전국 네트워크, 포럼 평화·인권·환경 등 단체들은 이날 히비야 야외음악당에서 집회를 연 뒤 번화가인 긴자(銀座)를 거쳐 도쿄역까지 1시간에 걸쳐 거리 행진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거리에서 "조선학교 따돌리기를 중단하라", "조선유치원에 대한 차별정책을 용서하지 않겠다", "친구들에게 따돌림받게 하지말라" 등의 글이 적힌 펼침막을 든 채 행진하며 유아 보육 무상화 정책에서 조선유치원을 제외하는 정책을 철폐하라고 외쳤다.
참가한 사람들 중에서는 어린아이를 목마를 태우거나 유모차에 태운 채 거리에서 행진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한 참가자는 "일본 정부가 태어날 때부터 차별을 받는 상처를 주려고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유아 교육·보육 시설에 대해 무상화 정책을 실시했다. 유치원의 경우 원생 1인당 월 2만5천700엔(약 27만7천600원)을 지원하는데, '일시보육'을 하는 경우 1만1천300엔(약 12만2천100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율 인상(8→10%)으로 생긴 세수 증가분을 무상화의 재원으로 사용하는데, 조선학교가 운영하는 조선유치원을 외국 출신 어린이들이 다니는 국제유치원 등과 함께 대상에서 제외했다. 일본 전체의 조선 유치원은 40곳이다.
조선유치원이 대상에서 빠지며 무상화 정책에서 차별받는 상황이 되자 조선총련계를 비롯한 재일동포들과 조선학교·조선유치원에 애정을 가진 일본 시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집회와 거리행진의 참가자들은 5천500명이나 됐다. 대규모 집회가 드문 일본에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그만큼 재일동포 사회와 일본 시민사회의 분노가 크다는 것을 증명한다.
참가자들은 이날 집회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문부과학상, 후생노동상을 수신인으로 하는 요청문을 발표하고 "조선유치원을 포함한 모든 유치원을 무상화 대상으로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긴 역사를 가진 조선유치원이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일본 사회의 일원인 재일 조선인이 피와 눈물과 땀을 흘려야 살 수 있게 하는 일본 사회를 올바르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거리 행진 과정에서는 한 극우 인사가 스피커를 들고 행진 참가자들을 비난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혐한 반대 운동 활동가(카운터)들이 '더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하지 말라'고 써진 펼침막을 들고 이 인사를 둘러싸며 행진 참가자들과 분리시켜 큰 혼란은 생기지 않았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